그들이 남긴 것

2021년 08월 31일

8월 30일, 이 날 20년 간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이 막을 내렸다. 2001년 미국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정부가 물러나게 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NATO 국제 안보 지원군이 떠나고 IS와 탈레반의 활동이 다시 전개되면서 국가 치안에 불안정을 겪었다. 이러던 중 미국까지 철수하게 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국제 사회 속에서 최근 '이 문제'가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다. 바로 '난민' 문제이다.

이전부터 발생해온 '아프간 난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을 피해 발생되는 아프간 난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난민들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되어왔다. 2018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공식적으로 항복하면서 아프간 탈출 행렬이 급증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2017년 기준 타국에 난민 신청을 거친 아프간인이 약 280만명에 달했다는 UNHCR(유엔난민기구)의 자료를 통해 이번 탈레반의 재 주둔 전에도 아프간의 난민 문제가 계속하여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난민 수용국의 난민 '차단벽'

아프간 난민들은 독일과 북유럽을 최종적인 목표로 하여 '아프간->이란->터키->그리스' 혹은 '아프간->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의 경로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소 200만명의 난민들이 동시에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움직임 자체가 국제 사회에는 큰 부담과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히 경제적 부분 이외에도, 한 국가에 머무를 때 빚게 되는 종교적, 문화적 충돌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와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에, 난민 수용국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수용은 하지만, 자국의 혼란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난민의 인권 존중과 인도주의적 차원의 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는 국경에 일명 '차단벽'을 설치했다. 대규모 유입되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파키스탄과 터키, 그리스까지 차단벽으로 난민 거부

파키스탄은 이미 국경의 90% 정도의 차단벽 설치를 완료했으며, 이 차단벽은 감시카메라와 4m 높이의 철조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차단'벽, 더 이상 난민 수용에 무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럽을 위한 '난민 방파제'로 불리는 터키는 이번 난민 사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미 360만명을 초과한 국내 난민이 있으며, 터키는 단 한 명의 아프간 난민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200개가 넘는 감시탑과 차단벽을 내세우며 말이다. 그리스 또한 불법적으로 자국의 영토에 들어온 아프간인은 곧장 돌려보내겠다며, 일찌감치 이주민과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난민은 늘어나는데, 그들을 수용해줄 곳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남겨진 '그들'

주로 난민 수용국이 되어왔던 나라들 외에도, 20년 간 아프간을 주둔했던 미국에게도 이번 난민 문제는 난제 중 난제이다. 대규모 난민 수용을 미국 사회에 어떻게 이룩할 것인지가 현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우선 공화당을 포함한 반이민 입장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 그들은 아프간의 혼란이 미국 내 대규모 난민 수용의 이유가 될 순 없다며 적극적인 반대를 하고 있으며, 그들 중 몇몇은 sns 계정을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난민 수용에 대한 불안감과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아프간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민주당 진보 세력도 바이든 대통령의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난민의 수를 20만명 추가적으로 올려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난민 수용 비용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백악관은 난민 수용은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기본적으로 반대를 무릅쓰고 아프간 난민 수용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난민과 특별기여자는 다른 개념이다...불거진 국내 논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6일 국내 입국한 아프간인을 '특별 기여자'로 언급한 것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여러 난민 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이들을 '난민'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피한 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사람들로 하여금 난민에 대한 차별 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며, 난민과 이주민은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정부에서는 이 두 개념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 정부를 비판하는 미디어 활동을 전개했던 다위시 무삽은 '특별 기여자'라는 용어가 한국인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안겨주는 역할을 하며, 난민과의 조화보다 그들에게 의무감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러한 정부의 언급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난민 수용에 반대하고 있어, 그들의 혐오 언론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라며 정부의 표현의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 나라 정부는 현재 아프간 국내 입국자들을 난민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으며, 이들의 특수성을 공식적으로, 정책적으로 계속하여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상 우리나라로 오게 된다면..? 반대 의견이 대다수

위와 같은 논란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와 미국 간의 의논 없이 미국의 단독적 결정으로 우리 정부가 난민 수용을 다루게 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대하는 의견과 근거도 다양하다. 기존 시리아 난민 문제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 아프간 난민 수용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가 아프간 난민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나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수용된 난민들이 국내에서 여성들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등 불안감이 느껴지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온라인 상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반대하는 의견, 우려와 걱정의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접하는 아프간 난민들의 실상과 모습에 연민을 느낄 지라도, 막상 우리의 일상에 그들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치안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고려해야 할 난민 수용

아프간 난민 문제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전개하느냐, 자국의 치안과 안전, 보호를 지속하기 위해 거부하느냐...사실 양측의 입장 모두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라 정답과 오답을 가를 수 없는 주제이다. 국가의 가치관에 따라, 국민들의 여론에 따라, 가끔은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문제이고,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이웃 나라와의 이해관계에 따라 관심과 흥미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룩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상당 분야에서의 성장을 이룬 나라다. 아직 발전시키고 보완할 점이 많지만, 국제 사회에서 분명한 힘을 보여준 국가이자 누구보다 난민과 이주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과 처지를 잘 헤아려줄 수 있는, 한 때 그런 처지에 놓여 있었던 국가이기도 하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느꼈고 배웠는지 깊게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이 다양한 국제 회의와 국제 기구 가입을 통해 공식 단상에서 외치는 지구에서의 '공존'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 속에서 다른 국가들과 어떻게 협력하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조금 더 고민하여, 아프간 난민 문제 이외의 지구촌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주축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위상에 걸 맞는 책임과 의무감을 지니며, 난민, 이주민과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시민 의식을 가지게 되길 기대한다.

참고 자료

무기명. (2018.4.23). [BBC news 코리아] 비운의 국가: 아프가니스탄 3분 정리 [인터넷 기사]. Available: https://www.bbc.com/korean/news-43861621

무기명. (2021.8.23). '아프간 난민' 한국으로?…"우리가 왜" vs "인도주의" [인터넷 기사]. Available: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823_0001556953

김승욱. (2021.8.27). [특파원 시선] 아프간 난민의 설움…'4중 차단벽' 빗장 [인터넷 기사]. Available: https://www.yna.co.kr/view/AKR20210826175400108

조해람, 강한들. (2021.8.29). ‘난민’이면 안 받나요?···국내 입국 아프간인 ‘특별기여자’ 지정, 편견 조장 논란 [인터넷 기사]. Available: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291400001#c2b

진달래. (2021.8.31). 20년 전쟁 끝낸 바이든, '난민 정착' 논란에도 골머리 [인터넷 기사]. Available: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83110510003121

Cover Image : https://img6.yna.co.kr/etc/inner/KR/2021/08/26/AKR20210826175400108_03_i_P4.jpg

박정수

하나고등학교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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