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있었지만 ‘결과’는 없었던 글래스고 COP 26
만났지만 각국 대표들의 안일한 태도와 기후 위기 대처는 어렵다는 전망 만을 잘 보여준 영국 글래스고에서의 제 26차 COP26 회의에 대한 세계의 비판이 맹렬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를 보며 이미 지체 생명체로서의 인류는 멸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수자원 문제'를 배제한 '환경' 회의
말 그대로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위기 회의에서 수자원에 대한 논의를 미룬 것에 대해, 국제 물보호 자선단체인 워터에이드(WaterAid) 대표 팀 웨인라이트(Tim Wainwright)가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회의에서 수자원에 대한 문제는 뒷전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당장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기구 UN은 2015년, 향후 15년 간 전 세계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는 '세계의 변혁 :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 (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6. 모든 사람에게 물과 위생의 이용과 지속가능한 관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첨가했다.
2016년 한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3분의2에 해당하는 40억명이 물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수자원 문제는 환경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워터에이드가 2020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수자원에 대한 부문은 전체 기후재정에서 3%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는 COP26에서까지, 수자원 문제는 외면당했다.
회의장까지는 전용기 이용, 가서는 탄소 감축 주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수자원 문제 비협의였지만, 이외에도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속도를 감축하고자 열린 회의에 안일한 태도로 논란이 된 부분이 많았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의 정상들이 회의장 이동에 전용기를 이용했다. 비행기는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마다 탄소 290g을 배출한다. 이는 열차가 배출하는 탄소 양(약 15g)의 20배에 가깝다. 특히 전용기는 승객 한 사람 당 탄소 배출량이 일반 항공기의 10배로, 존슨 총리가 10월 31일 COP26 개막 후 “기후변화 지구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라며 호소했던 태도와는 매우 상반되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번 총회 동안 최대 400대의 전용기가 사용되었다고 보도했다. 2030년까지 산림파괴를 멈추겠다는 약속에 인도네시아는 크게 반발했고,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지하겠다는 약속에는 각국들이 조건을 달거나 일부 조항에만 찬성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어째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박함은 느껴지지 않는 태도이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회의장으로 가는 길에 기차를 이용했다. 지난번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에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기에 이를 인식한 행동이었지만, 열차역에 도착한 후 그는 야유를 받았다. 2030년과 2050년까지의 목표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석탄 퇴출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COP26을 맹렬히 비판했다.
대표들이 안일한데 구성원들의 참여는 무슨 수로
회의장에서도 국가들의 안일한 태도는 전 세계 사람들의 실망을 샀다. 인도‧중국의 반발과 소극적 태도로 본래의 목표치와 합의 내용은 상당히 멀어졌다. 조약에는 ‘탄소 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석탄 발전 관련 조항은 '중단'이 아닌 '감축'이 합의 문장을 완성시켰다.
2030년대 선진국의 석탄 퇴출, 개발도상국 등 전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석탄을 퇴출하기로 한 목표는 또 다시 미뤄졌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선진국 2030년대, 개도국 2040년대 중단) 국제적 약속으로 40여개국이 동참한 탈석탄 성명(석탄을 깨끗한 동력으로 전환하는 세계적 성명)에 미국과 중국 등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과 폴란드 등 전통적 석탄 강국은 서명을 하고도 “목표 설정에는 동의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한국), “주요 경제국이 아니기에 2040년대에 퇴출한다”(폴란드)는 번복성의 해설을 달았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번째로 많은 인도의 부펜더 야다브(Bhupender Yadav) 환경 및 기후 장관은 이날 유엔기후정상회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인도의 태양광 발전 사업 확대함과 동시에 탈석탄 속도를 강화하려던 영국의 계획이 무산의 조짐을 보였다.
아직까지도 '자발적'에 운명을 맡긴다
이전과 달리 기후 위기 대응과 같은 국제적 환경 협약 이행 참여에 대해, 자발적 참여가 아닌 각 국가가 보고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그나마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사실 약속 미이행, 보고서 미제출에 대해 강력한 조치와 압박이 불가능해 다음과 같은 억지 합의가 이끌어낼 큰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국가의 대표로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적극성과 경각심이 떨어지게 된다면, 현재 상황에서 환경 관련 논의는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환경 보호 이행은 기한없이 지체될 것이다.
환경 협약은 '형식적'이 아니라 '실효적'이어야 한다
물론 환경 보호와 같은 전 지구적 사안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과 단체, 기업들의 책임이 집약되어 있다. 따라서 오로지 COP 26의 실패와 환경 협약 불이행만을 탓하며 우리 개인의 책임을 덮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환경 문제는 전 지구적 사안이다. 소수의 힘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같이 궁리하고 얘기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다. 사람들은 더 효율적이고 더 좋은 방안을 얘기할 수 있는 장치와 방법을 고안해냈고, 그 결과 중 하나가 오늘날의 국제 회의이다.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더 이상 편히 앉아서 환경 문제 해결을 논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모여서 회의하고 방안을 논의할 시간도 없이 거대한 재앙과 재난에 휩싸여, 각자도생으로 보호 장치와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사안으로 협력 대신 서로 경쟁을 하는 비평화적인 지구를 이룰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이 평화적으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래서 이번 COP 26에 대한 비판이 맹렬하고 거센 것이다.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대표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인류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인들은 국제적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국제적인 회의나 국제기구의 태도, 조치는 개인 차원, 기업 차원, 정부 차원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큰 규모와 차원에서 진행하는 노력과 태도의 정도를 보며,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가 희생하고 있는 편안함이 결국에는 가치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구나라고 확신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그들이다.
COP 26을 비롯한 국제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대표들과 관계자들은 본인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고 지금 본인이 하는 일이 앞으로 개개인의 환경 보호 의지에 어떤 방향성을 제공하는지 올바르게 인지해야 한다. 다음 회의를 기약할 수 있다면, 그때는 결과가 있는 회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
참고 문헌
김홍범. (2021.11.02). "지구종말 1분 남았다" 난리치더니, 전용기 타고 간 英총리[기사]. Available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0266#home
나명진. (2021.11.11). [COP26] 40억명이 물부족으로 고통..."기후회담은 문제해결 뒷전"[기사]. Available :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111100008
최우리. (2021.11.14). “석탄, 퇴출 아닌 감축” COP26 폐막…의장은 사과하고, 기후단체는 장례식[기사]. Available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191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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