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강화 전략으로 전환한 프랑스…또 다시 시작된 원전 의존

2022년 02월 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0월 12일, 30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산업 재활성화 사업을 담은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프랑스와 핀란드 등 EU 회원국 10개국의 경제, 에너지 장관들이 원전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공동 기고문을 발표해,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개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우리는 원전 기술이 계속 필요할 것"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2030년까지 소형 원자로, 전기차, 재생에너지, 반도체 등에 총 300억유로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프랑스24>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 계획에는 소형 원자로 개발에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번째 목표는 2030년까지 혁신적인 소형 원자로를 확보하고 폐기물 처리 기술도 개선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원전 기술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결정은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 연합 전체를 넘어,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원전 활용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프랑스는 여전히 원전 의존도가 높은 나라...독일과 대조적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며 정치판과 여론 사이에서도 원전은 뜨거운 이슈다. 우파 진영에서는 앞다퉈 원전 강화를 주장한다. 좌파 정치인들은 원전 비중 축소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나 현재 프랑스 내의 여론은 원전 지지로 많이 기운 상태이다. 실제로 풍력 발전에 대한 지지 여론은 17%가 감소한 반면, 원전 지지 여론은 17%만큼이 올랐다.

프랑스는 현재 전력 생산에서 원전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 중 원전의 비중은 69.4%다. 이는 미국(19.3%), 영국(16.4%), 독일(12.3%) 등 다른 주요 7개국(G7)에 비해 확실히 높은 수치다. 원전 관련 투자 비중도 주요 7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프랑스 생태전환부 자료를 보면 2020년 에너지 관련 공공 투자 중 원전 비중은 49.9%에 이른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전년에 비해 32% 늘었지만, 전체 투자 중 비중은 41%로 원전에 비해 많이 낮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독일의 전체 에너지 투자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70%에 이른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맞설 후보로 떠오른 극우파 언론인 에리크 제무르는 마크롱 정부의 풍력발전 투자를 비판하며, “나는 독일을 흉내 내는 에너지 전환을 핑계로 에너지 주권을 잃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한 월간지에 쓰기도 했다.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 에너지다

VS 원자력 에너지는 환경 오염의 주범이다

원전 유지 및 활용은 프랑스 이외 전 세계에서도 많이 논의되는 주요 에너지 관련 주제다. 원전에서 생산되는 원자력 에너지가 석탄을 이을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게 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 입장이 갈리게 되었는데, 찬성하는 쪽은 원자력 에너지가 환경 오염이 적으면서도 현실적인 대체 에너지임을, 반대하는 쪽은 원자력 에너지 생산 과정과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며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지구 온난화와 산성비가 발생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원전을 주된 에너지로 설정한 국가들이 많아 석탄 이후 가장 현실적으로 탄소 감축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과, 우라늄 채굴부터 원자로 건설까지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위해 행해지는 대부분의 절차에서는 많은 화석 연료의 사용이 필요해 오히려 그 과정 안에서의 탄소 배출이 폭발적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으로 하여금 암과 같은 여러 건강 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원자력 에너지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번역 오류를 이용한 여론 선동까지...

국내에서도 극에 치닫는 원전 찬반 간 갈등

여러 국가가 그렇듯, 대한민국 내에서도 에너지, 그중 원전에 관련한 찬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여론을 통해 학계의 주장을 강화하려는 사건도 있었다.

2018년 10월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번역 내용이 사실과 다른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오류가 확인된 것은 195개의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수록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이다.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순배출량 0)을 국제사회에 공식 제시하는 역할을 한 중요 보고서이다.

IPCC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뿐, 개별 국가의 정책 방향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기상청 기후정책과에서 번역한 내용이 마치 IPCC가 한국에 원자력 발전을 늘리라고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논란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9일 다음과 같이 답했다. “IPCC 특별보고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줄 뿐이다. 반드시 해야되는 의무 사항이나 권고 사항과 같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IPCC가 원전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거나, 특별보고서가 원전을 확대해야만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원자력학계 등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언론과 원자력학계에서 IPCC가 마치 한국에 원자력 발전을 늘리라고 권고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으로 볼 수 있다.

현실적 해결 방법도 좋지만 미래 에너지 다양성 확보가 중요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는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활발한 고민과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원전이 현 상황의 최선의 방법이자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다른 에너지 분야의 개발을 놓아버린다면 원전으로 기후 위기 피해를 낮추더라도 이후 또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고려하며 현명한 에너지 정책을 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고 문헌

신기섭. (2021.10.13). 프랑스, 원전 강화 전략으로 전환…국내외 논란 예고[기사]. Available: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15013.html

김정수. (2020.11.09). 유엔 기후협의체서 ‘원전 늘려야 한다’고 권고?[기사]. Available: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69165.html

김정수. (2020.11.09). [단독] “온난화 막으려면 원전 비중 늘려야” 유엔보고서 오류였다[기사]. Available: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69163.html?_n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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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하나고등학교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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