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에 대해

2022년 02월 14일

SNS를 비롯한 인터넷 통신망의 활발한 교류로 생긴 우리 사회의 골칫덩어리가 있다. 바로 다양한 대상과 목적의 '가짜 뉴스'이다. 연예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악성 루머부터 정치적 라이벌을 까내리기 위한 언론 상의 허위 정보까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짜 뉴스 시장은 어느 새 점점 불어나 거대한 규모를 가지게 되었다.

트럼프 정부와 가짜뉴스

2019년 9월 23일,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의 칼럼이 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독재 정부를 비판하는, 2만자가 넘는 장문의 칼럼이었다. 긴 칼럼 중 단연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는 말을 유행시켜 각국의 독재 지도자들이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기자들의 존재 부정을 정당화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가짜 뉴스'라는 말을 거의 600번 가까이 본인 트위터 계정에서 사용했으며 지적한 다수 내용이 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CNN과 같은 언론사의 사실 보도 내용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토대로 한 비판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고 있는 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NYT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며 잘 지내길 바란다고 언급한 적도 있었지만, 언급한 다음날 NYT에서 '우린 결코 잘 지낼 수 없다'라는 칼럼을 써냈고,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 자료를 지속적으로 내보내자 2018년, 설즈버거 발행인을 백악관으로 직접 초청해 "나를 왜 그렇게 비판하느냐"며 유달리 서운함을 표시했다.

가짜 뉴스는 가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위협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가짜 뉴스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 19 팬데믹 시국에서도 존재했다. 임기를 2주 정도 남겨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의 통계가 너무 과장되어 나오고 있다며, 미국의 코로나19 통계를 '가짜 뉴스'라고 지적했다. 이에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파우치 소장은 NBC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계는 실제 숫자이며, 실제 사람이고, 실제 사망자"라고 반박했다. 이에 트럼프는 트위터에 프로그램을 내보낸 NBC와 파우치 소장을 한데 묶어 '한물간 매체(LameStream Media)', '내가 기용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평가를 못 끌어내는 사람이 바로 파우치 소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모두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진실의 쇠퇴

'진실의 쇠퇴'라는 개념이 있다. 팩트(fact)가 아닌 본인의 신념만을 믿는 현상이 일어나 사실과 주장의 경계가 모호해져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인지 거짓인지 사회가 혼란을 겪는 현상, 이는 오늘날의 SNS 확산과 함께 심각해지고 있다. 언론이 아무리 정직한 사실과 보도를 하더라도, 듣는 이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신념에 배치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외면해버리는 과정을 통해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것을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미국 랜드 연구소의 마이클 리치 대표는 이러한 확증 편향이 정책 결정과 민주주의에 큰 위협을 주는 상황을 'Truth Decay'라고 표현했고 이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진실의 쇠퇴'가 된다.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러 크고 작은 사회적 현상과 정치권의 결정, 여론이 진실의 쇠퇴로 하여금 지배 당하고 있는 오늘날의 문제는 실로 심각한 문제이다.

진실을 보기 위해 우리는 피곤해져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는 무엇일까. 말하고자 하는 현상과 상황이 참이던 진실이던 간에, 그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목표와 의도, 결과에 치중하여 마음대로 프레임을 씌워버리는 현 상황 속에서 우리는 더 치열하고 영리해져야 한다. 진실 보는 과정이 굉장히 피로하고 길어졌으며 번거로워졌다. 접하는 모든 시사 글과 뉴스, 칼럼들에게서 왜곡된 부분과 거짓된 부분을 골라내어야 하며, 항상 비판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앞에 놓인 모든 주장과 설명에게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민과 세계 시민의 입장으로서 최우선의 의무가 되었다. 민주주의와 국민의 영향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늘날의 우리는 진실에 쇠퇴에 맞서야 할 것이다. 더 피곤해져야 하고, 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항상 객관적인 기준의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 그래야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진실을 볼 수 있다. 그래야 진실된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참고 문헌

이현경. (2021.01.04). 트럼프 이번엔 코로나19 통계 '가짜뉴스' 시비…"중국 바이러스"로 부르기도[기사]. Available :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2871

강한들. (2021.10.05). 목적이 돈이든 세력이든 이익수단 된 ‘가짜뉴스’[기사]. Available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10052208005

배명복. (2019.05.14). 진실의 쇠퇴[칼럼]. Available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66245#home

박정수

하나고등학교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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