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로 노는 메타 버스 속 Z세대

가상 현실 2021년 05월 30일

'부캐', '멀티 페르소나', '메타버스'...요즘의 Z세대들을 대표적으로 지칭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남들이 알던 내가 아닌,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Z세대 사이에서 늘고 있으며, 대중 매체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흐름에 따라 관련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한다. 최근 컴백한 SM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aespa는 신곡 'next level'을 공개하며 4명의 실제 멤버들과 이들의 아바타 4명이 함께 무대를 구성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멀티 페르소나'의 개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도대체 멀티 페르소나와 메타 버스가 무엇이길래, 왜 Z세대들은 이에 열광할까?

멀티 페르소나? 메타 버스? 그게 대체 뭐길래

'페르소나'란 그리스어로 '가면'이라는 뜻으로, 나의 외적 인격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따라서 '멀티 페르소나'는 여러 개의 가면, 즉 여러 개의 외적 인격을 보유한 채로 그것을 자유롭게 바꿔가며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현실 세계에서와 가상 세계, 혹은 시간,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며 본캐(본래의 캐릭터), 부캐(부가적 캐릭터)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현대 사회의 Z세대의 모습이다. 그와 이어지는 '메타 버스(Metaverse)'란 가상, 초월(Meta)과 세계,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현재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멀티 페르소나를 통해 Z세대들은 본인의 여러 정체성을 드러내고 공유하며, 메타버스를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왜 Z세대는 '또 다른 자아'에 열광하는가

그렇다면 왜 Z세대들은 메타 버스에 열광할까? 그건 어린 시절부터  SNS 등 가상공간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이다.  즉, Z세대들에게는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가 본인의 다양한 모습과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굳이 하나의 인격으로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드러낼 필요 없이, 상황에 따라 겉모습은 물론이고 성격이나 특징까지 완전히 변화 시켜 각 분야마다 그에 맞는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의 커뮤니티 문화도 '멀티 페르소나'화?

강릉원주대 주용완 교수가 분석한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Z세대가 더 많은 부가적 캐릭터를 형성해나갈 것이며, 이의 주요 원인은 현대 사회의 디지털, 다매체의 확산과 가속화라고 파악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개성을 뽐내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점에 사람들이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적 모습과 문화도 한 사람당 여러 인격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Z세대를 쫓는 소비 시장의 흐름

이러한 사회의 흐름에 따라, 소비 시장의 흐름도 변화했다. 대표적 예로는 네이버 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가 있다. 그곳에서 Z세대는 인공지능(AI)과 AR기술을 활용하여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한다. 그리고 화장과 옷, 머리 스타일로 본인의 개성을 현실 공간에서보다 더 과감하게 표현한다. 화려한 화장과 아이돌 헤어스타일, 고가의 명품을 풀장착하고 가상 공간을 누비며, 처음 보는 아바타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눈다. 제페토가 제공하는 가상 공간은 한 마디로 '부캐들의 놀이터이자 성지'인 셈이다. 제페토의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유통기업들, 특히나 명품 브랜드들이 제페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2019년 9월, 제페토에 최초로 2021 봄/여름(S/S) 컬렉션을 공개했으며 이외의 구찌, 나이키, 디즈니도 입점하여 제페토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다. 현실에서는 고가의 상품이지만, 제페토에서는 나의 아바타에게 명품으로 풀 장착을 해도 만 원을 넘지 않는다. 액수의 크기에 비해 얻게 되는 자신감과 만족감이 크다 보니, 사람들은 제페토에서 제공하는 가상 공간에서 지속해서 머물며 소비를 하게 된다.

그림 1

무너지는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벽

가상 공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함에 따라, 메타버스가 확장되고 그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실 세계와의 벽이 허물어지려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우려의 시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제페토에서는, 아바타 간의 대화나 교류의 과정에서 현실 세계에서는 취하지 못할 무례한 자세를 취하며 활동하는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화하다가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화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말을 끊고 상대 아바타에게 사진 촬영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상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며 더군다나 아무리 가상세계여도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가상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활동하다 보니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혼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용자들은 현실 세계의 사회적 관계에서 예의에 맞지 않는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취하게 된다. 이렇게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게 되면서, 이용자들 대부분이 사회적 관계 형성과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만남'은 제공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우리의 몫

현대의 '메타버스'와 '부캐'는 정말 매력적이고 신선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창구를 얻었다. 그러나 문제는 가상 세계의 무한한 확장과 과도한 의존이 현실 세계에서의 개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Z세대가 매일 같이 겪고 있는 온라인상의 짧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와 사람의 진정한 연결을 단절시킬 수 있다. 가상 세계 안에서는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하고,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자신과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만을 찾게 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게 과연 진정한 사회적 소통과 연결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메타버스와 이를 구현하는 기술들은 수십 번의 '만남'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그 만남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오히려 '단절'을 초래한다. 특히나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며 이전에 비해 온라인상의 연결과 만남이 급격하게 늘어난 지금의 상황 속에서, 메타 버스와 멀티 페르소나의 존재가 우리에게 제시한 과제인 진정한 '관계 맺기'와 '커뮤니티 형성'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최정윤. (2021.02.04). 제페토(증강현실게임)’에서 명품 사려고 지갑여는 10대[기사]. Available :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139

윤지혜, 박효주. (2021.05.30). 부캐의 삶 즐기는 Z세대, 메타버스서 인생캐 찾았다[기사]. Available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52920134441884

그림1 :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139

cover image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8486049&memberNo=2950908

박정수

하나고등학교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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