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고양이는 모두 암컷이라는데

후성유전학 2021년 11월 28일

 삼색 고양이는 모두 암컷이라고 한다. 만약 우리가 유전자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사람의 피부도 여자는 줄무늬 또는 얼룩무늬가 있고 남자의 피부는 단일 색조일 것이다. 이는 사람과 고양이 모두 여자나 암컷은 X 염색체가 2개이고 남자나 수컷은 X 염색체가 1개라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여자의 세포는 엄마에게서 받은 X 염색체 하나와 아빠에게서 받은 X 염색체가 하나가 있고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여 약 100개의 세포에 이르는 시점까지는 두 개의 X 염색체가 모두 활성 상태이다. 이 시점에서 둘 중 하나의 X 염색체는 불활성화 된다. 엄마에게서 온 X 염색체가 불활성화 될지 아빠에게서 온 X 염색체가 불활성화 될지는 완전히 랜덤이다. 100개의 세포는 각각 활성화된 하나의 X 염색체를 갖고 계속 분열을 해 나가기 때문에 성체의 몸에는 100개의 세포 그룹이 엄마 X 염색체 또는 아빠 X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털 색이나 사람의 피부도 100개 세포기의 어떤 세포의 자손들이기 때문에 두 가지 서로 다른 유전자는 얼룩 무늬 또는 줄무늬 형태로 분포하게 된다. 고양이는 바로 이 X 염색체에 털 색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위치하기 때문에 삼색 고양이가 발현될 수 있고 삼색 고양이는 모두 암컷이다. 수컷 고양이는 모든 세포가 단일한 X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때문에 삼색이 나타나지 않는다. [1]

 왜 이런 일이 생겨야 할까 그것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X 염색체는 1890년 독일의 생물학자 헤르만 헨킹이 처음 발견했는데  그는 세포분열 과정에 참가하지 않는 염색체를 발견하곤 ‘여분의(extra)’의 염색체라는 뜻으로  ‘X 염색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여분의 염색체가 아니다. 그는 불활성화된 염색체를 관찰하였을 것이다.  X염색체는  성별을 결정하는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Y염색체보다 더 많은 수의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다.  2005년 미국․영국․독일의 공동 연구진이 게놈을 분석한 결과  X 염색체의 유전자 수는 1098개였고 Y 염색체는 78개의 유전자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X염색체를 2개나 지니고 있으므로 그 속에 포함된 유전자가 모두 활성화된다면 생성되는 단백질이 남성보다 훨씬 많고 인체의 생화학적 균형이 깨지게 된다. 그래서 초기 발생 단계에서 여성이 보유한 2개의 X 염색체 중 하나가 불활성화되어 영구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2]

 위의 그림은 세계 최초의 복제 고양이 CC(cloned cat, copy cat) 와 CC 에게 유전자를 제공한 고양이의 사진이다. 복제 고양이라면 그 유전자를 제공한 어미 고양이와 똑 같이 생겼을 거라고 기대하기 쉽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둘은 전혀 다르게 생겼다. 왜 그럴까. 어미 고양이는 삼색 고양이이다. 이는 X 염색체의 랜덤 불활성화때문이다. 복제 고양이는 체세포를 이용하여 탄생하였고 그 체세포는 이미 어느 하나의 X 염색체가 불활성화된 상태이고 그 불활성된 X 염색체는 복제 고양이에서 계속 불활성화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즉 복제 고양이 CC 는 암컷 고양이이지만 전신의 모든 세포가 동일한 활성  X 염색체를 가지는 독특한 암컷 고양이가 된 것이다. [3]

 위의 예에서 보듯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물려 받아 변하지 않지만 유전자의 발현은 끊임없이 외부 환경과 작용하며 변하게 되고 그 변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후성유전학 (epigenetics) 라고 한다. 타고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것이고 그 스위치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것이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히스톤 변형(histone modification) 그리고 마이크로RNA(microRNA) 등이다. 이러한 기전에 의하여 유전자의 발현이 활성화 되거나 억제 되어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4]

그림 2. 유전자를 조절하는 세 가지 스위치(출처 Nutrition, Exercise and Epigenetics; Ageing Intervention, Springer 2016)

 꿀벌(honeybee)의 암컷에는 일벌과 여왕벌이 있다. 일벌의 평균 수명은 약 7주이고 평생 불임이지만 여왕벌은 수명이 최대 3년이고 평생 2백만 개의 알을 낳는다. 이 둘은 유전적으로 다를까? 사실 일벌과 여왕벌은 태어난 지 3일까지는 똑같은 유충으로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3일 째부터 한 유충에 집중적으로 로얄젤리를 먹이면 그 유충이 자라서 여왕벌이 된다. Kucharski 라는 연구자가 꿀벌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여왕벌의 유전자 중 생식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됨을 알게 되었고 그 핵심 기전이 DNA 메틸화였다고 한다. 이렇듯 음식이나 영양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점 차 밝혀지고 있다. [4]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유전자의 좋은 기능을 발현시키는 중요한 일인 것이다.

  1. [you tube] Why Women Are Stripey https://youtu.be/BD6h-wDj7bw 2021.8.15
  2.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7%AC%EC%84%B1%EC%9D%80-%EC%99%9C-x%EC%97%BC%EC%83%89%EC%B2%B4-%ED%95%98%EB%82%98%EB%A5%BC-%ED%8F%AC%EA%B8%B0%ED%95%A0%EA%B9%8C/ 여성은 왜 X염색체 하나를 포기할까. 사이언스타임즈.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3. https://delphipages.live/ko/여러-가지-잡다한/cc-the-first-cloned-cat.  CC, 최초의 복제 고양이
  4. http://www.medigatenews.com/news/3261360825  환경이 DNA를 바꾼다 : 후성유전학

그림 1. https://delphipages.live/ko/여러-가지-잡다한/cc-the-first-cloned-cat.  CC, 최초의 복제 고양이

그림2. http://www.medigatenews.com/news/3261360825  환경이 DNA를 바꾼다 : 후성유전학

이린

하나고등학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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