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하불명(燈下不明) 수학 #2 ] 실수와 완비순서체
실수에 대한 개념은 중학교 때부터 배우는 개념으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개념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의 모든 교육 과정 어디에서도, 실수에 대한 엄밀한 정의는 이루어지지 않지요.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실수에 대한 공리적 정의에 대해 서술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이 끝났을 때, 독자분들께서, 실수는 완비순서체다!라는 말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실수의 공리적 정의
실수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공리로 정의가 됩니다.
- 체의 공리
- 순서 공리
- 완비성 공리
이 3가지 공리만 있으면 실수를 정의할 수 있고, 이렇게 정의된 실수 모델들은 모두 동치입니다.
그런데, 공리가 뭐냐고요? 공리라는 것은 모두 그렇게 믿기로 한, 증명할 필요 없이 참인 명제를 의미합니다. 공리라는 체계가 없으면, 계속 이유나 정의를 제시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공리라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체의 공리
그러면, 각설하고, 체의 공리에 대해서부터 먼저 서술하기로 하겠습니다. 체의 공리가 얘기하는 것은 이겁니다.
실수는 체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실수는 체라니, 무슨 뜻인가 싶죠? 하지만, 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수긍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공리라는 것이 원래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에 군과 환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야겠습니다. 집합 \(G \)가 이항 연산자 \(\cdot \)에 대하여 다음의 성질들을 모두 만족하면 군이라고 합니다.
- 집합 \(G \)는 연산자 \(\cdot \)에 대하여 닫혀있다. 다시 말해서, 집합 \(G \)의 임의의 원소 \(x, y \)에 대하여, \(x \cdot y \in G \)이다.
- 집합 \(G \)는 연산자 \(\cdot \)에 대하여 결합법칙이 성립한다.
- 집합 \(G \)의 모든 원소 \(g \)에 대하여, \(g \cdot e = g \)를 만족하는 항등원 \(e \)가 존재한다.
- 집합 \(G \)의 모든 원소 \(g \)에 대하여, \(g \cdot g^{-1} = e \)를 만족하는 역원 \(g^{-1} \)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수의 집합 \(\mathbb{Z} \)는 덧셈에 대해서 군이 됩니다. 왜냐하면, 임의의 두 정수의 합도 정수이고 (1 만족), 덧셈에 대해서 결합 법칙이 성립하며, (2 만족), 항등원이 0으로써 존재하고 (3 만족), \(x \)에 대한 역원이 \(-x \)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4가지 성질에 더불어, 교환법칙까지 성립한다면, 가환군(아벨군)이라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환을 정의 해 보겠습니다. 환이란, \(+ \)연산자와 \(\cdot \)연산자가 다음과 같이 정의되는 집합입니다.
- 덧셈(\(+ \))에 대해서 아벨군이다.
- 곱셈(\(\cdot \))에 대해서 닫혀 있다.
- 곱셈(\(\cdot \))에 대해서 결합법칙이 성립한다.
- 덧셈과 곱셈에 대해서 분배법칙이 성립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곱셈에도 교환법칙이 성립한다면, 가환환이라고 합니다. 또한, 곱셈에 대한 항등원이 있을 경우, 단위원을 갖는 환이라고 합니다. 만약, 집합의 0이 아닌 모든 원소에 대해 곱셈에 대한 역원이 존재할 경우, 이 환을 나눗셈환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자연수의 집합 \(\mathbb{N} \)은 환이 아닙니다. 덧셈에 대해서 아벨군이 아니기 (덧셈에 대한 항등원이 존재하지 않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수의 집합 \(\mathbb{Z} \)은 덧셈에 대해서 아벨군이고, 곱셈에 대해서 결합법칙이 성립하며, 덧셈과 곱셈 사이의 분배법칙도 성립하므로, 환입니다. 곱셈의 교환법칙도 성립하므로 가환환도 됩니다. 그리고 1이라는 항등원이 있으므로 단위원을 갖는 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에 대한 역원 \(\frac{1}{2} \)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나눗셈환은 아닙니다. 이에 비해, 유리수의 집합 \(\mathbb{Q} \)는 나눗셈환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체를 소개하겠습니다. 만약, 가환환이면서, 나눗셈환이면, 이를 체라고 합니다.
결국, 실수에 대한 체의 공리가 말하는 것은
실수에서는 비교적 편하게 덧셈과 곱셈을 할 수 있다.
라는 말이 됩니다. 다른 집합에서는 곱셈이 교환법칙을 성립 안 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실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순서 공리
순서 공리는 체의 공리에 비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순서 공리가 얘기하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수에서는 \(< \)라는 관계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순서 공리는, 실수에서의 대소 비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 \)라는 관계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이 관계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성질을 만족합니다.
- \(x \in \mathbb{R} \)인 임의의 \(x \)에 대하여, \(x < 0 \)이거나 \(0 < x \)이거나 \(x = 0 \)이다. 이 중 2가지 이상을 동시에 만족할 수 없다. (삼일률)
- \(0 < a, b \)인 \(a, b \)에 대하여, \(0 < a + b \)와 \(0 < a \cdot b \)를 만족한다.
- \(b < a \)라면, 임의의 \(c \in \mathbb{R} \)에 대하여, \(b + c < a + c \)를 만족한다.
\(< \)라는 관계를 정의함으로써, \(> \), \(\ge \), \(\le \)라는 관계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는
\[x, y \in \mathbb{R} 에 대하여, x < y 라면, y > x \]
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의 공리들로부터 다음의 정리를 유도 해 봅시다.
\[a, b, c \in \mathbb{R} 에 대하여, c > 0이고 a > b이면, ac > bc이다. \]
먼저, 가정으로부터, \(a > b \)입니다. 여기서 양 변에 \(-b \)를 더하면, 실수의 순서 공리에 의해, \(a - b > 0 \)입니다.
가정에 의해 \(c > 0 \)이고, \(a - b > 0 \)이므로, 실수의 순서 공리에 의해, \(c(a - b) > 0 \)입니다. 이때, 실수의 체의 공리에 의해서, 곱셈과 덧셈은 분배 법칙이 성립하므로, \(ca - cb > 0 \)이고, 또한, 곱셈에 대한 교환 법칙도 성립하므로, \(ac - bc > 0 \)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양 변에 \(bc \)를 더하면, 순서 공리에 의해서, \(ac > bc \). 따라서, 증명이 완료되었습니다.
완비성 공리
완비성 공리는 위의 두 공리보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비성 공리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여기서는 상한 공리를 서술하기로 합니다.
공집합이 아닌 실수의 부분집합 \(S \)가 상계를 가지면, 그 집합 \(S \)는 최소 상계를 가진다. 이 최소 상계를 상한이라고 한다.
이 공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계라는 말을 이해해야 합니다. 상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집합 \(S \)가 공집합이 아니라고 할 때,
\[x가 집합 S의 상계이다. \Leftrightarrow \forall s \in S, x \ge s \]
즉, 집합 내의 어떠한 원소보다도 \(x \)가 작지 않다면, \(x \)는 집합 \(S \)의 상계가 됩니다. 완비성 공리는 이때, 이 상계들 중에 최솟값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보장 해 줍니다.
결론
고등학교 때까지 실수를 배웠지만, 실수가 무엇인지는 명쾌하게 설명을 받지 못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실수는 완비 순서체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원래는 직관적으로 받아들였던 내용들도, 이렇게 공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증명한다면, 조금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서, 원래는 실수는 이런 느낌일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에서, 조금 더 명확한 정의를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이제, 누군가가 실수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실수는 완비순서체다라고 답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