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School, 트렌드는 돌고 돈다
-Lil tachi의 <Back To The $WAG>을 중심으로
차세대 국힙의 미래로 평가받는 Lil tachi가 대중들의 시선에 처음 들어온 것은 SMTM 777의 1 vs 1 vs 1 대결 때였다. 당시 그는 제네 더 질라, 쿠기와 대결을 펼쳤고, 독특한 톤으로 개성을 뽐냈다. 이후 그는 고등래퍼 3에 등장하여 전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였고 대중들에게 완벽하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WEDAPLUGG 입단과 SMTM 8 출연, 정규 1집 ‘Boombap Mixtape 2’ 발매 등으로 훌륭한 커리어를 이어나간 그에게 한 가지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바로 ‘슈퍼 루키’. 상당수의 슈퍼 루키들은 국힙씬에 한 획을 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노베이터(뉴챔프와의 디스전으로 사실상 커리어가 끝났다)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리스너들은 Lil tachi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 Old Skool을 표방하여 만든 ‘Back To The $wag’은 그에 대한 모든 의구심과 우려를 떨쳐내는 데에 충분했다.
(TMI: 2008년 빅뱅 일본 정규 1집 ‘Number 1’의 7번 트랙 ‘How Gee’를 오마쥬했다. 플로우가 상당히 유사하니 비교하며 들어도 좋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해당 곡은 대놓고 올드스쿨 붐뱁을 하겠다는 의도를 표하고 있다. 이는 곡 도입부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Step 1 2 3’, ‘Check it out’와 같은 올드스쿨 표현들이 곡의 주제 의식을 강조한다. 이후 ‘No Flex, No trap’, ‘We back to the Swag’이라는 가사로 요즘 것들, 즉 트랩과 돈을 강조하는 주제 의식은 더 이상 멋이 없고 붐뱁이 진정한 Swag이라고 말한다. 이후 가사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과시. 진짜 과시, Real Flex를 보여준다. 노래 곳곳에 등장하는 ‘슈팅스타’ – ‘Stupid hoes’ 등의 파열음에 자신 특유의 발음을 곁들인 라임은 곡을 더욱 맛있게 해준다. 특히 2절 후반부 솔로 파트는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같은 TNC 크루 tendo의 래핑 역시 올드스쿨을 훌륭히 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니하오’ – ‘상하의’로 이어지는 재치 있는 펀치라인과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로 10대 후반 ~ 20대 초반 리스너들의 Nostalgia를 재미있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 곡을 통해 한 가지를 정의하자면, 힙합 씬의 트렌드는 돌고 돈다는 것이다. 과거 Wu Tang Clan, Mobb Deep등의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줄며 붐뱁이 점차 사그라들고, Twista, Busta Rhymes 등의 속사포 래퍼들이 등장했을 때 붐뱁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단순 속도에만 치중하고 가사, 그루브, 목적 의식 등에 소홀한 속사포 랩은 오히려 붐뱁에 밀려 그 자취를 점차 감추었고, 붐뱁은 다시 부흥하기 시작했다. 다른 힙합 음악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일리네어를 필두로 수퍼비 등의 아티스트의 역량에 힘입어 부흥했던 트랩은 현재 양산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판 의식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아웃사이더 이후로 뚜렷한 아티스트가 없었던 속사포 랩은 작년 조광일이라는 신예의 등장으로 잠깐 빛을 본 바가 있다. 현재 유행하는 EMO 랩도 마찬가지이다. Juice WRLD, Lil Peep이 요절한 현재, 언제 단물이 다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그 유행이 지난다고 한들, 언젠가는 다시 빛을 볼 것이 분명하다. 트렌드는 돌고 돌기 때문이다.
<본 글에 기재된 아티스트들의 필자 추천 곡 명단>
Lil tachi - C.P Company
제네 더 질라 - ITX
Wu Tang Clan - C.R.E.A.M
Lil Peep - Falling 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