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와 카피캣, 그 사이

힙합 2021년 06월 13일

힙합 계에 있어서 언제나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논쟁은, Respect를 표하며 특정 래퍼의 시그니처를 따라하는 오마주와 단순 스타일을 베낀 카피캣의 경계 설정의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Travis Scott과 Sik-K의 관계가 있다. Sik-K는 H1GHR 뮤직의 래퍼로써 지나치게 Travis Scott의 음악을 따라하는 경향을 보여 비판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두 가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음 예시들을 통해 그 차이점을 알아보자.

0:31부터 해당 가사 시작

"가 가 가 EK 처럼 난 GOD GOD GOD
입이내는 총 소리 Gra ta ta
좀비들 대가리 자르고
갈아버려 요리해 그라탕각

피타입 형처럼 불한당가
깝쳐봐 좆밥 불한당가
억울한 밤 다음 내릴 불안감과
세겨 불안함 딱 그런 다음 난"
- TOMSSON, <HUNK> 中

0:20부터 해당 가사 시작

"GOD GOD GOD call me
GOD GOD GOD now call me
GOD GOD GOD
저격 성공의 머리통을 grr tata"
- EK, <GOD GOD GOD>

2:17부터 P-TYPE의 벌스가 등장한다

"불한당가, 불안감과 억울한 밤 따위 금한다
따분한 감각들 아까운가? 그맘 다 안다, 그만 간봐"
- P-TYPE, <불한당가> 中

위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각각 EK의 <GOD GOD GOD>과 불한당 크루의 <불한당가> 중 P-TYPE의 벌스를 라임을 살려 인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상당히 자연스러운 라임 연결과 플로우까지 살린 좋은 오마주라고 볼 수 있겠다. 여담으로 TOMSSON은 뒤에 이어지는 라인에 머쉬베놈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반적인 논문의 출처 인용과 같이 원작자를 샤라웃하는 식으로 오마주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리스너 중 그 누가 들어도 '아, 어떤 래퍼의 스타일을 카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식으로 오마주하는 방식이 있다.

2:42부터 올티 Verse 시작 (해당 가사는 3:27부터)

"Let's back to the basic
내 식대로해
씬을 상대로 배틀을 해
배부른 래퍼들 기름낀 귀에
JJK 간지로다가
Rap Attack tack tack
떽떽대는 애새끼들 같은
fake들은 BANG
백이면 백 백기든 채로
항복해 이젠 갖춰
ADV에게 예의
Ya say yayyayyay"
- 올티, <Compound #6 : 2VSX> 中

4:23부터 해당 가사 시작

"Uh, summa-lumma, dooma-lumma, you assumin' I'm a human
What I gotta do to get it through to you I'm superhuman?
Innovative and I'm made of rubber
So that anything you say is ricochetin' off of me
And it'll glue to you andI'm devastating, more than ever demonstrating
How to give a motherfuckin' audience
A feeling like it's levitating
Never fading, and I know the haters are forever waiting
For the day that they can say I fell off, they'll be celebrating'Cause I know the way to get 'em motivated
I make elevating music, you make elevator music"
- Eminem, <Rap God> 中

힙합 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전설적인 래퍼 Eminem의 대표곡 <Rap God>은 빠른 속사포 랩과 지대한 펀치라인, 훌륭한 라임으로 아직까지 사랑받는 Eminem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곡이 발매된 이후 수많은 래퍼들에게 해당 곡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한국 프리스타일 계의 정점에 서 있는 올티 역시 해당 곡을 오마주했다.  올티는 그가 속한 힙합 크루 ADV의 수장, JJK의 앨범인 <PROJECT COMPOUND>의 6번 트랙 <Compound #6 : 2VSX>에서 해당 벌스를 불렀고, 굉장히 파격적인 래핑과 원곡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플로우를 구사하면서 힙합 커뮤니티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여담으로 해당 벌스는 올티가 쇼미더머니 6 2차 예선에서 부른 바가 있고, 3 pass의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오마주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당사자 래퍼에 대한 리스펙을 드러냄과 동시에 곡에 적절한 긴장감과 맛을 돋구어 리스너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절대적으로 카피만을 해서는 안된다. 한 두 번의 오마주는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도, 계속되는 오마주는 더 이상 오마주로써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해당 래퍼의 본 스타일을 드러내는 도구로써 작용한다. 즉 '카피캣'과 다름없어진다. 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을 따라한다면 그것 역시 다른 의미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좋은 래퍼의 기준을 세우길 원한다면, 오마주를 기준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힙합 음악을 듣는 새로운 지평선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도겸

하나고등학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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