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 : 도시 구조 모형을 바탕으로 한 k principle 분석

사회과학 2020년 07월 29일

도시는 미시적으로 구성 요소를 해체했을 때 그 내부에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도시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특성을 갖는다. 하나의 도시는 중심지로 파악될 수도 있고, 도시 규모에 따라 소도시 혹은 대도시 따위의 도시 규모로 파악될 수도 있으며, 공업도시나 금융도시 등 도시 기능에 따라 파악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점’으로 이해되는 각 도시들이 다른 도시들과 어떤 관련을 갖는지에 대한 논의를 도시체계론이라 한다. 도시지리학자들은 다수의 도시들은 인구 규모나 위치적 특성 면에서 특수성을 가지며, 개별 도시들의 ‘개성’들 간에 모종의 질서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도시들이 보유하는 종류별 제조업, 상업, 서비스업 등의 기능을 통해 도시를 분류하고 인구 규모를 통해 위계와 입지 조건을 통해 위상을 설정하여 도시 간의 질서를 규명하려 한 것이 도시 체계론이다. 도시와 도시들 간의 ‘관계’를 밝히는 도시 체계 연구는 195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33년, 독일의 지리학자 발터 크리스탈러(Walter Christaller)의 중심지 이론이 출간되었고, 1950년대 미국 지리학자들은 계량적 기법을 통해 지리학을 공간분석학으로 정립시키며 중심지 이론을 발전시켰다.

중심지 이론은 소매업에 관한 이론인데, 그 이유는 소매업의 경우 배후지가 매우 작은 업종부터 전국적인 업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전국의 모든 도시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중심지 이론은 부분 이론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중심지-배후지 관계를 이론화하여 도시 체계를 규명하는 데 대표적인 이론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중심지 이론은 단순한 몇 개의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우선, 중심지 이론에서 상정하는 공간은 비옥도가 어디나 같고 기복이 없는 평면 공간이며, 인구 분포도 일정하고 인구의 소비 성향 또한 일률적이다. 또한, 운송 수단이 동일하면 어느 방향이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중심지 이론은 기본적인 완전 경쟁 과정이 관철되지만 공간 독점(spatial monopoly)은 허용하며, 제조업이나 무역과 같은 다른 기능은 고려하지 않는다. 즉, 공간상에서 작동하는 제약 요소로서 오로지 ‘거리’만을 변수로 설정하는 것이다.

‘거리’를 기준으로 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중심지’로부터 일정한 구역이 배후지로 설정된다. 중심지는 주변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장소이며, 배후지는 중심지로부터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받는 장소이다. 도시화 과정을 통해 상점들은 집적하게 되고, 이러한 집적은 상업의 중심지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배후지의 면적은 일정하게 형성이 되는데, 이는 재화의 도달거리만큼 축소되어 문턱값(최소요구치, threshold)만큼의 면적에서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때의 배후지망은 등질 평면 공간상에서 각 중심지들이 가장 조밀하게 경쟁하는 육각형의 배후지망을 형성하게 된다. 고급 사치재와 같은 경우 문턱값과 도달거리가 크고, 생활 필수품과 같은 경우는 문턱값과 도달거리가 작다. 문턱값이 큰 재화를 판매하는 고차 기능이 입지하는 중심지에는 기본적으로 생활 필수품 등을 판매하는 저차 기능 또한 입지하게 된다. 고차 기능과 저차 기능이 동시에 입지하는 중심지를 고차 중심지라고 하고, 저차 기능만 입지하는 중심지를 저차 중심지라고 한다. 크고 작은 중심지들 간의 관계가 계층 구조를 띤다는 것은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도시의 영향 범위는 중도시와 소도시의 영향 범위를 포함하고, 이는 우리의 일상 생활을 패턴화하는 공간 구조이다. 이러한 도시의 계층 구조를 도출하려고 한 시도가 중심지 이론이다. 중심지 이론의 핵심 결론은 다음과 같다. 중심지들 간 배후지 포섭 관계의 계층 구조가 존재하며, 고차 중심지일수록 기능의 개수와 종류가 크게 증가하며, 고차 중심지의 개수는 적고 중심지 간 거리는 더 멀어지는 반면, 저차 중심지는 반대로 개수가 많고 중심지 간 거리는 짧아진다.

하지만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은 대도시 지역보다는 대개 농촌 지역의 중심지에서 잘 입증된다. 대도시와 같은 경우 중심지 이론이 가정하는 기능을 넘어서는 업종이 많아지게 되며, 도시화로 인해 기능들이 집적되고 인구 밀도가 증가한다. 인구 밀도의 증가는 중심지 기능들 간 공간 경쟁에 의해 중심지 이격(spacing) 효과가 완전히 발휘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교외화과 같은 현상 또한 중심지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도시화 현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소매업 체계에 대한 경제지리학적 구조화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중심지 이론에서 각 거주지가 어떤 형태로 배열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K-values를 통한 분석이 있다. K 값은 각각의 배후지망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변수이다. K 값은 중심지 자체와 위성 도시 각각의 영향 범위마다 해당 중심지가 행사하는 영향력의 정도를 더해 계산한다. K=3 marketing principle, K=4 transport/traffic principle, K=7 administrative principle이 대표적인 예이다.

K=3 marketing principle에 따르면 고차 중심지의 영향 범위는 이웃한 6개의 저차 중심지의 각각 영향 범위의 1/3을 포함한다. 그 결과 고차 중심지를 6개의 정육각형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모형이 도출된다. 모든 고차 중심지는 위성도시의 1/3씩을 포함하고 있으며, 최소 이동 거리를 가정한다. K=7 administrative principle은 조금 다른 형태를 보인다. 이 경우 각각의 저차 중심지는 고차 중심지의 영향 범위 내에 완전히 포함된다. 그 경우 저차 중심지는 고차 중심지와 분리되어 작동할 수 없으므로 효율적인 행정을 통해 고차 중심지에 알맞은 양의 재화나 서비스를 분배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분석할 모형은 K=4 principle이다. K=4 transport/traffic principle 모형에 따르면 고차 중심지의 상업지구가 형성하는 육각형의 배후지망은 각 모서리에 위치한 주변 여섯 개의 저차 중심지의 절반 정도의 영향 범위를 포함하게 되며, 이는 교통의 중심지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발달했음을 보인다. 지역적 중심지는 상위 중심지로 연결되는 교통로 위에 존재하며 저차 중심지는 고차 중심지로 이어지는 교통로 상에 위치한다. 각 중심지들과 교통로는 모든 위계 계층으로 이어지는 교통로의 길이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중심지는 6개의 하위 중심지의 영향 범위의 절반씩을 포함하므로 K=3 marketing principle에 비해 1개 많은 4개의 하위 저차 중심지가 존재하게 된다. 계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K = 1 + 6 \times \dfrac{1}{2} = 4\;\; (※ 중심 1 + 6개의 위성 도시 \times 절반의 영향 범위)\]

비록 중심지 이론은 현대적 도시의 구조와 상업 체계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지만, 중심지 이론을 적용하여 분석할 수 있는 지역 또한 존재한다. 네덜란드의 해안 간척지(polder)는 등방성의 평야를 형성하는데, 이 때 Noord-Oostpolder나 Flevoland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하나의 큰 중앙 마을을 중심에 두고 6개의 작은 마을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거주 형태가 나타난다. 영국 동부의 대평원 ‘The Fens’지역의 대규모 평지에서 형성된 거주 형태에도 중심지 이론이 적용이 가능하다. 이 때 적용이 가능한 모델은 K=4 transport/traffic principle 모형이다. 아래 그림에 나타나 있듯이 각 위성도시(Ely, Newmarket, Huntingdon, Biggleswade, Royston, Haverhill)가 Cambridge 시와 10-15마일 정도 일정하게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며 전부 Cambridge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변에 입지한다는 점에서 중심지 이론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중심지 이론은 위성도시나 상업지구 외에 캘리포니아 지역 의료 센터 등 서비스 기관의 배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의 상위, 중위, 하위 의료 기관이 위치한 도시들 간에는 위계가 존재하며 이는 인구와 해당 지역 거주민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의료 기관의 배열에서도 K=4 principle을 찾아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의료 서비스의 보급은 도시의 정착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캘리포니아와 같이 K=4 principle을 따른 도시와 그 배후지에는 고속도로와 하천, 철도 등의 교통망이 존재한다. 효과적인 입지를 통해 낮은 교통비를 보장하고, 저렴한 서비스 또한 전달이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애팔래치아 인근 지역의 도시들은 시장 중심의 K=3 principle에 입각하여 형성되었고, 비교적 교통망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이전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의 가격은 더 비싸진다.

원준영

하나고등학교 9기

Great!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Great! Next, complete checkout for full access.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Success! Your account is fully activated, you now have access to all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