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나선 이론과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사회과학 2021년 05월 31일

커뮤니케이션은 현대 인간의 삶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활동이다. 관계를 형성시키고 발전시키며 인간이 공동체 속에서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도록 하는 삶의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집단 내 여러 의견이 모여 생겨나는 어떠한 지배적인 ‘여론’은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어 해당 사회 공동체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여론 형성의 과정과 관련한 흥미로운 심리 이론이 있다.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애시의 순응 실험

폴란드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Solomon Asch)는 집단의 의견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1951년에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부화뇌동하는 존재이며, 개인적 신념을 추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려 하는 존재라고 가정했던 것이다.

위 그림에서 Target line과 길이가 동일한 것은 선 A, B, C 중 무엇일까? 애시는 먼저 각각의 피실험자에게 따로 네 개의 선분을 보여주고, 두 번째 카드에 그려진 세 개의 직선 중 기준선과 동일한 길이를 가진 것을 가려내라는 과제를 주었다. 너무나 쉬운 과제였기에, 모든 피실험자가 정답인 A를 선택하였다. 다음으로는 여러 명의 사람을 한 번에 모아놓고 동일한 과제가 한 번 더 주어졌다. 이때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가짜 답을 말하기로 정해둔 가짜 피험자였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모두 답으로 B를 선택하자 무려 80%가 넘는 피실험자가 혼자 있을 때와 달리 결국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에 순응하여 오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총 123명의 피험자들 중 76.4%가 적어도 한 번은 이 '동조(Conformity)' 반응을 보였고, 평균적으로 검사 시행의 36.8%에서 동조를 했다. 다시 말해, 정답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바꿔 대답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립의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


침묵의 나선 이론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은 여론의 형성 과정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모습이 마치 나선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독일의 정치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Elisabeth Noelle-Neumann)이 처음으로 주장한 현상이다. 이는 윤리적인 문제 혹은 공공의 문제에 관한 의견 등 주관적인 생각을 표하는 경우에서 종종 관찰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한 다수 의견에 속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소수 의견이라면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

실생활 속 ‘침묵의 나선’의 예시로 선거가 끝난 후에 여론 조사에서 실제 투표 결과보다 당선자에게 투표했다고 발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소외되지 않고 승자에 속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일이 임박했을 때 여론조사 결과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도 여론이 다수의 의견에 편승하여 우세한 후보 쪽으로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를 막고자 위함이다.

노엘레 노이만은 '언론'이 지니는 세 가지 특성, '편재성', '누적성', '일치성'이 나선 효과 발생에 가장 크게 관여한다고 보았다. 매스 미디어가 어디에나 존재하여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다양한 뉴스 미디어와 의견들이 반복되어 보도되고, 미디어 속 공유되는 사건들이 대부분 통일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 의견은 하나로 좁혀져 가고, 사람들의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게 된다. 또 노이만은 여론을 사람들이 '가진' 태도 혹은 의견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태도와 의견으로 정의하면서, 인간이 스스로를 소수에 속한다고 생각할 때, 자신들의 견해를 감추게 하는 획일화의 압력이 증가해 침묵의 나선이 형성된다고 이야기하였다.

침묵의 나선 현상으로 인해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침묵하게 되고 그럴수록 소수의 관점은 더욱 소수로 느껴진다. 즉 소수 의견의 위축이 일어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너무 많은 이들이 침묵을 지키거나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전체를 주도하게 된다면 소수의 의견을 다수로, 다수의 의견을 소수로 잘못 판단하는 다원적 평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여론 형성에는 여러 사회적, 심리학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여론’이란 어쩌면 허상적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1]  정성훈, "애시의 순응 실험," in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66872&cid=51043&categoryId=51043

[2] 이동귀, "침묵의 나선 이론," in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심리편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433848&cid=58345&categoryId=58345

[3] 정인숙, "침묵의 나선 이론", in 커뮤니케이션 핵심 이론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526325&cid=42251&categoryId=42263

그림 1. https://www.simplypsychology.org/asch-conformity.html

그림 2. https://www.freiepresse.de/nachrichten/panorama/die-herrin-der-oeffentlichen-meinung-artikel10753774

Cover Image. https://unsplash.com/photos/1K8pIbIrhkQ

김하원

하나고등학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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