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비에 숨겨진 비밀

경제학 2021년 12월 01일

연말이면 쇼핑 센터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선물과 생필품을 사러 온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들 한 번쯤은 쇼핑백을 두 손 가득 들고 걷는 이들을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쇼핑을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을 상품을 선택하는가? 본 칼럼에서는 몇 가지 소비심리 이론을 통해 '당신의 소비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소비로 신분 상승? 파노플리 효과

현대 사회에는 명문화된 계급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값비싼 명품을 구매하면서 일종의 '상류 계급'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명품 안에서도 가격이나 인지도 등에 따라서 또 한 번 계급이 나뉘곤 한다. 명품 브랜드와 값비싼 상품의 소비가 새로운 계급 사회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명품 소비를 통해 상류 계급으로 올라가려는 심리가 바로 '파노플리 효과'에 담겨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품 계급도

'집합'이라는 뜻을 가진 파노플리(panoplie)가 이름에 붙은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면서 유사한 급을 가진 상품의 소비자로 예상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상류층이 되고 싶은 마음, 신분 상승을 바라는 마음이 소비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철학자 겸 사회학자 장 보드리아르가 밝힌 개념으로, 그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작은 행위에도 개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고, 따라서 누구나 값비싼 명품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앞서 말한 명품 의류, 값비싼 화장품과 외제차 등을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파노플리 효과의 예시이다. 정말 그 상품만이 가진 기능이 필요해서 소비한다기보다는, 그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지위와 경제적 부를 과시하는 수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파노플리 효과로 소비자들은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자신의 욕망을 표출한다.


오르면 오를수록 사고 싶어진다, 베블런 효과

고전 경제학에서는 물건의 가격과 수요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어서, 가격이 오르면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수는 감소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특히 충분한 부를 가진 상류층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허영심 또는 과시욕으로 인하여 값비싼 물건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소비하여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언뜻 파노플리 효과와 비슷해 보이지만, 상류층이 '되기를 선망하는' 이들의 소비 행태인 파노플리 효과와는 달리 베블런 효과는 주로 이미 상류층'인' 소비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할 때 두 가지의 가격을 고려한다. 하나는 실제 지불하는 시장 가격으로, 당연히 자신이 이를 지불할 능력이 되는지를 고려하여 소비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다른 '가격' 하나가 고려되는데, 바로 '과시가격'이다. 이는 남들이 그 제품을 보았을 때 상품에 대해 기대할 가격, 즉 이 정도를 주고 샀을 것이라 추정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대중 사회에서는 누가 더 부유하게 생활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값비싼 물건을 과시적으로 소비한다. 시장 가격이 올라가거나, 비싼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크게 박힌 상품이거나, VIP 마케팅으로 최상류층 소비자만을 겨냥해 판매하는 등 과시 가격이 올라가면, 과시적 소비에 목마른 소비자들은 당연히 그 상품을 환영하고 이는 수요 증대로 이어진다. 주로 고급 사치품인 베블런 재화에서는 시장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의 감소보다 과시 가격의 증가에 따른 수요 증대가 더 크게 나타나, 가격이 올라가도 오히려 전체적인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네가 산다면 나도! 밴드왜건 효과

전통적 경제 이론은 소비 의사 결정은 다른 소비자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조금 다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모두 주변 타인의 소비행태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앞서 이야기한 베블런 효과도 마찬가지다. 베블런 효과는 주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의 상류층 소비자들에게서 나타나지만, 이들의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소비를 '모방'하면서, 해당 고가품에 대한 소비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처럼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와 트렌드에 편승하여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밴드왜건 효과, 혹은 편승 효과라고 칭한다.

밴드왜건(Band wagon)은 서커스나 퍼레이드 맨 앞의, 밴드들이 탄 마차를 뜻한다. 이 밴드왜건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쫓아가는 모습에서 '밴드왜건에 올라탄다'는 말이 유래했고, 유행에 편승하는 소비를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밴드 왜건

홈쇼핑의 물건이 늘 불티나게 팔리는 '매진 임박' 상품인 것도, SNS 상에서 화제가 된 허니버터칩과 같은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도 모두 유행에 얼른 탑승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해 밴드왜건 효과의 덕을 본 것이다.


이외에도 스놉 효과, 디드로 효과 등 소비자의 상품 선택에 숨겨진 원리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소비 심리 효과들이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특정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게끔 부추기고 있다. 소비 심리 이론에 대하여 바로 알고, 현명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자.


참고 문헌

[1] 시사상식사전, 파노플리효과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8439&cid=43667&categoryId=43667

[2] 이동귀, "파노플리 효과," in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심리편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87038&cid=58345&categoryId=58345

[3] 시사상식사전, 베블런효과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8439&cid=43667&categoryId=43667

[4] 이동귀, "베블렌 효과," in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심리편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87038&cid=58345&categoryId=58345

[5] 김철환, "밴드왜건 효과," in 경제학 주요개념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0479&cid=58780&categoryId=58780

[6] 이동귀, "밴드왜건 효과," in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심리편 [Online]. Available: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87038&cid=58345&categoryId=58345

그림 1.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39441&memberNo=12244919

그림 2. https://esnpc.blogspot.com/2014/08/jump-on-bandwagon-history-and-etymology.html

Cover Image. https://unsplash.com/photos/_3Q3tsJ01nc

김하원

하나고등학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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