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 수조에 숨은 과학
우리 대부분은 어렸을 때 마트에서 금붕어나 열대어를 사서 키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상어를 키우는 수조에 숨어 있는 과학을 찾아보자.
물고기가 생존하기 위하여 호흡과 배설, 먹이 그리고 주기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호흡
물고기도 우리와 같이 호흡으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물고기는 아가미를 통하여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하므로 생존을 위하여 물 속에 충분한 산소가 녹아 있어야 한다. 이를 용존산소 (Dissolved Oxygen, DO) 라고 한다. 순수한 물에서는 20℃, 1기압에서 포화용존산소량은 약 9.09 ppm이고 온도가 올라 갈수록 포화 용존 산소량은 감소하여 7.56 ppm 이된다. 물고기의 생존에 필요한 용존 산소는 4ppm 이상이다. [1]

많은 수조에서 기포기를 설치하여 수조 내부에 공기방울을 만들어 주는데 이 공기방울은 표면적이 작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산소가 녹아 들어가는 것은 공기와 물이 맞닿는 수표면에서 공기의 산소분압인 약 0.21기압에 의하여 물 속으로 녹아 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포기는 물고기의 생존에 필수요소는 아니다. 단 기포기는 수면을 일렁이게 하여 수표면이 넓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고 이러한 기전으로 용존산소량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조 내에 물고기를 포함한 다른 생명체가 없다면 수조 내의 용존산소량은 균형 상태인 포화농도를 유지한다. 관상어 수조 내에서는 물고기가 지속적으로 산소를 소비하므로 용존 산소가 감소하게 되고 수면에서 녹아 들어가는 산소의 양보다 물고기가 소모하는 산소의 양이 많으면 물고기는 저 산소증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용존 산소가 많은 수표면 근처에 몰려있게 된다. 용존산소량을 유지하는 데는 물 양에 비하여 넓은 표면적, 즉 낮고 넓은 수조가 유리하며 광합성에 의하여 산소를 발생시키는 수초나 수표면의 유효 면적을 올리는 수면의 교란이 도움이 된다.
배설
물고기도 다른 동물과 같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대사 활동의 결과로 체내에서 암모니아가 발생한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므로 빨리 배설 되어야 한다. 인간의 경우 발생한 암모니아는 혈액을 통하여 간에서 운반된 후 간에서 요소로 바뀌고 신장의 사구체에서 오줌을 만드는 과정을 통하여 요소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물고기는 주변에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하고 아가미에서 혈중의 높은 농도의 암모니아가 주변의 물로 녹아 나가므로 육상의 생물과 같은 요소 변환 과정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암모니아 상태 그대로 배설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양이 무척 많거나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자연과 달리 제한적 공간과 물 양을 가지고 있는 수조에서는 이러한 배설 방법으로는 물의 암모니아 농도가 계속 올라가게 되고 이 농도가 물고기 체내의 암모니아 농도보다 높으면 물의 암모니아가 물고기 체내로 역류하여 암모니아 중독으로 물고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2]
이러한 암모니아가 수조에서 제거되기 위하여 수조에는 물고기 뿐 아니라 암모니아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박테리아가 필요하다. 이 들이 질화 박테리아이다. 질화 박테리아는 암모니아를 아질산으로 바꾸거나 아질산을 질산염으로 바꾸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Nitrosomonas, Nitrobacter가 대표적인 질화박테리아이다. [3,4]



이러한 질화박테리아는 어디나 존재하므로 따로 수조에 넣어 줄 필요는 없지만 에너지원이 되는 암모니아와 아질산이 충분한 상황에서 번식하고 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물고기가 없는 수조에서는 번식하지 않는다. 또한 질화박테리아는 번식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새 수조에 처음부터 많은 수의 물고기를 넣게 되면 물고기가 배설하는 암모니아를 처리하기엔 아직 충분한 수가 박테리아가 없어 물고기가 암모니아 중독으로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 이를 “신수조 증후근”이라 한다. 관상어 수조를 처음 운용할때는 물고기 수를 한마리에서 시작하여 를 순차적으로 늘려 나가야한다. [5]
질화 박테리아는 수조 내부 표면 등에 집단으로 자라는데 수조 내부에 생기는 미끄러운 막이 박테리아가 생성한 바이오 필름이다.[6] 물고기의 마리 수에 비하여 수조 내부에 바이오 필름이 생성될 면적, 즉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면 그것 만으로 수조 내의 암모니아와 아질산을 소모할 박테리아가 충분히 증식할 수 있지만 수조 내의 물고기의 마리 수가 많아지면 수조 내부 표면으로는 박테리아가 증식할 면적이 부족하므로 박테리아가 붙어 자랄 공간을 더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여과 시스템이다. 관상어 수조의 여과기는 물이 순환하는 별도의 공간에 표면적이 넓은 다공성 물질을 넣어 이 다공성 물질의 넓은 표면에 많은 수의 여과 박테리아가 자라 집단을 형성하고 물고기의 배설로 생성되는 암모이나와 아질산을 질산염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7] 물고기의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여과박테리가 필요하고 이는 더 많은 여과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결국 우리가 보고 즐기는 관상어 수조는 물고기과 질화박테리아의 공생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질산염의 제거 – 환수
이러한 질화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생성되는 질산염은 수조에 축적되게 되고 질산염을 수조에서 제거하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수조의 물을 오염되지 않은 새 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이를 환수라고 하는데 환수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일회성으로 일정 부분의 물을 덜어내고 깨끗한 물을 넣어주는 것과 지속적인 배수를 하면서 물이 빠진 만큼 새 물이 보충되게 하는 지속환수 방법이다. 이 둘은 약간의 효율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알아보자.
100리터의 물이 든 수조에 100개의 오염물질이 있다고 가정하자. 새 물 100리터를 가지고 이 수조의 물과 교환하는 경우를 아래 같이 예를 들어 볼 수 있다.
수조의 100리터의 물을 모두 제거하고 새 물을 100리터 넣으면 그 수조의 오염 물질은 0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수조 내의 생물들을 빼내어야 하고 갑자기 들어간 새 물이 기존의 수조 물과 온도나 ph 등이 다르다면 물고기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게 된다.
수조의 물 50% 인 50리터를 제거하고 50리터의 새 물을 넣으면 오염물질은 50개가 남게 된다. 곧 이어 다시 50%의 물을 제거하고 나머지 50리터의 새 물을 넣으면 오염 물질은 25개가 남는다.
수조의 물 25% 인 25리터를 제거하고 25리터의 새 물을 넣으면 오염물질은 75개가 남게 된다. 곧 이어 이 과정을 반복하여 25% 환수를 4번 시행하면 오염 물질은 0.75^4 = 0.31640625 의 계산에 의하여 약 32개가 남게 된다.
지속환수의 경우 물 1방울이 들어가고 물 한방울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이를 100리터가 될 때까지 계속해 보자. 물 한방울의 용적은 0.05 ml 이므로 100리터를 한방울 단위로 넣고 빼면 결국 오염물질은 (1-1/2000000)^2000000 만큼 남게 된다. 이를 계산하면 0.3678793492 가 되는데 이는 자연로그의 밑 e 의 역수의 근사값이다.
이를 수식으로 쓰면 아래와 같다.

우리는 수조의 물을 바꾸어 주는 상황에서 오염 물질의 농도를 계산했는데 왜 자연로그의 밑의 역수를 만나게 되었을까? 이는 무리수 e 가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 많이 등장하는 수이기 때문이다. 즉 새물의 번식이나 방사능 물질의 붕괴, 복리이자의 계산 등 자연이나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학적으로 표현했을 때 나타나는 수이다. 다른 무리수인 원주율 π는 원의 지름이라는 직관적인 도형으로 표현되므로 그 수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연로그의 밑 e 는 도형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생활 주변에 항상 있는 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하던 관상어 수조에 숨어 있는 과학적, 수학적 원리들을 알아 보았다. 우리의 일상에는 많은 과학과 수학이 함께 하고 있다. 생각의 깊이를 달리하면 평소에 쉽게 보고 지나가던 일상에서 많은 재미있는 원리를 알게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수중의 용존산소 포화량 - 환경부고시제2017-4호 「수질오염공정시험기준」2017년 1월 11일
[2] https://en.wikipedia.org/wiki/Ammonia_poisoning, visited at 2021-5-30
[3] https://en.wikipedia.org/wiki/Nitrosomonas, visited at 2021-5-30
[4] https://en.wikipedia.org/wiki/Nitrifying_bacteria, visited at 2021-5-30
[5] https://www.sera.de/en/service/info/what-you-should-know-about-the-new-tank-syndrome/, visited at 2021-5-30
[6] https://ko.wikipedia.org/wiki/미생물막, visited at 2021-5-30
[7] 여과재의 종류와 사용 순서, 문트, https://m.blog.naver.com/lucenty01/221365334218, visited at 2021-5-30
표1. 수중의 용존산소 포화량 - 환경부고시제2017-4호 「수질오염공정시험기준」2017년 1월 11일
그림 1. https://en.wikipedia.org/wiki/Nitrifying_bacteria, visited at 2021-5-30
그림 2.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quarium_Nitrogen_CycleZP.svg
그림 3. http://www.aquario.co.kr/neoMedia/neoMediaPure.php?ckattempt=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