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_뇌장벽(Blood-Brain Barrier)-“바이오해커스” 결말을 가다

생물학 2021년 07월 14일

“바이오해커스” 결말을 가다

- 혈액_뇌장벽(Blood-Brain Barrier)

   최근 독일 드라마 “바이오해커스”라는 합성생물학 과학자들이 활약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미아가 뇌-혈액장벽을 초음파 신경분해를 시도하는 장면이 마지막 회차에 나온다. 여주인공 미아는 배아유전자편집 후 돌연변이로 태어나서 강력한 면역계를 가지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억을 지워주는 ‘오블리비언’이라는 주사를 맞게 되고, 이후 미아는 크로이츠-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처럼 기억상실, 진전 등 급속히 진행되는 치매 증세로 쇠약해진다. 그녀가 알아낸 유일한 치료방법은 뇌조직에 있는 프리온 단백질 제거를 위해 미아의 머리에 초음파처리(sonication)를 시도하는 것이다. 미아의 체내 강력한 면역계가 뇌로 들어가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 초음파처리(sonication)를 하였다. 이후 극적으로 좋아지면서 기억이 돌아온다. 혈액_뇌장벽이 있어 혈액내 면역기전이 뇌조직에서 작동하지 못하기에 초음파처리를 하여 혈액_뇌장벽에 누출을 일으켜 면역계가 뇌로 들어갈 수 있었다. 뇌 톡소플라스마증(뇌염)을 일으키는 기생충 톡소플라즈마처럼 뇌조직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나 유해물질은 드물게 알려져 있다. 이는 뇌조직으로의 침투가 어렵도록, 우리 머리 안에는 혈액_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1. 초음파처리 모습 ("바이오해커스" 시즌2 6회차 결말 주인공 미아의 모습)

   혈액_뇌장벽(BBB)은 두개골 내에 모세혈관 안 내피세포로 밀착접합(tight junction)을 이루고 신경교세포와 뉴런이 미로처럼 혈관을 감싸 안아 뇌를 보호한다고 알려졌다. 복잡한 뉴런들의 뇌조직이 자리한 인간의 머리 안은 두개골주위와 뇌 사이에 혈관과 지주막 융모가 관찰된다. 그리고, 혈관과 뇌 사이는 내피세포의 모세혈관 주위를 신경교성상세포(astrocyte)와 혈관주위세포(pericyte)이 조밀하게 둘러싸 혈액내 외부물질이 뇌조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장벽 곁에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중추신경계의 대식세포역할로서 자리한다.

그림 2. 혈액_뇌장벽의 구조.

   기본적으로 BBB에서 모세혈관을 혈관내피세포가 둘러싸고 밀착접합을 이뤄 뇌조직에 필요한 당, 아미노산, 비타민, 핵산 등 내부로 전달된다. 내부의 중추신경계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가소성(plasticity)의 신경혈관단위(neurovascular unit)로, 이에는 뉴런, 뉴런간(interneurons), 성상세포 말단(astrocytic endfeet), 미세아교세포, 희돌기교세포(oligodendrocytes), 평활근 세포와 혈관주위세포로 덮인 기저막(basal lamina), 내피 세포, 세포외 기질 및 순환 혈액 성분으로 구성된다.이러한 BBB의 가소성과 선택적 투과성으로 뇌 항상성을 유지하고, 병원체로부터 뇌조직을 격리 보호하게 된다.[1]

그림 3. 혈액_뇌장벽의 전자현미경사진과 연결모식도.

   이러한 BBB는 독일의 미생물학자인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가 ‘트립판 블루’라는 푸른색 염료를 동물의 혈관에 주입했을 때 뇌와 척수조직을 제외한 모든 조직이 파랗게 물드나, 뇌를 감싸는 부분에 주입했을 때에는 뇌와 척수만 파랗게 물드는 현상으로 혈액뇌장벽의 존재에 대해 밝혀냈다. 이후 제브라피쉬(zebrafish, Danio rerio), 초파리(Drosophila sp.), 설치류(rodents)를 통한 혈관내피세포의 in vivo BBB모델이 연구되었다.  In vitro 모델로 Organ-on-Chip에서 혈관내피세포 바로 아래층에 신경교성상세포배양을 하여 BBB모델 구축하고 생체 실험 전에 약물 투과에 관한 BBB기전을 알아내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다.

   정상적으로 뇌세포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 아미노산, 전해질 등은 BBB를 통과하게 된다. 밀접하게 연결된 내피 세포에 의해 생성된 물리적 장벽으로 수동적 세포주변 확산은 작은(<400–500 Da) 친수성 분자로 한정한다.[2] 사이토카인에 의해 유도된 호중구chemoattractant-1(CINC-1, 7800 Da)과 같은 일부 큰 분자는 막횡단 확산에 의해 BBB를 통과할 수 있다. 혈관 내강에서 뇌실질로의 물질 이동은 세포간 경로를 통해 다양한 내피 세포 유출 펌프에 의해 억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소된 소포 매개 수송 속도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 BBB 내피세포에는 혈액과 접하는 세포표면에 위치한 ATP결합 카세트 매개체(ATP-binding cassette transporters)가 존재하여 신경독성을 가질 수 있는 지용성 분자나 약물을 다시 혈액으로 방출하고 세포에 내제된 효소를 이용하여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비활성화시키고 약물이나 독성물질이 출입하는 것을 막는다.[3] 또한, 성상세포, 미세아교세포 및 혈관주위세포는 모두 적절한 장벽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BBB는 CNS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지만 뇌에 치료제를 전달하는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하게 된다.  알코올, 니코틴, 마취제, 헤로인, 코카인 등의 마약은 BBB를 통과하여 뇌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BBB는 특정 병원체(e.g. 광견병바이러스, 수막구균, 매독균) 또는 질병상태에서 누출(leakage)이 발생할 수 있다. BBB는 나이가 들수록 새게 되어 뇌조직 손상에 취약해진다. 이는 뇌 인지기능의 감소와 연관한다고 보고되었다.[4]

그림 4.(a) 정상적인 BBB와 (b) 손상된 BBB의 구조.

   BBB 누출(leakage) 연구에 dynamic contrast–enhanced (DCE) MRI 신경이미징과 뇌-척수액장벽에서의 바이오마커 측정을 통해 병태생리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알츠하이머 질환시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인한 뇌손상이 BBB 기능 손상으로 이어져 독소의 뇌 유입을 이끌어 뉴런에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하였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은 이러한 베타 아밀로이드 조직 모델을 개발하고, 응고 인자인 트롬빈 분자가 뉴런에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과정을 규명할 수 있었다. 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 및 제거 기전에 기반한 약제 개발뿐만 아니라 BBB 강화에 대한 약물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시사한다.[5] 최근에 glutathione 의 in vitro 실험에서 BBB강화에 기여한다고 보고하였다.[6] 이외 뇌영상을 위해 쓰이는 조영제도 BBB를 통과하지 못해왔는데, 서울대 화학과 교수팀이 BBB를 통과하는 산화망간 나노입자를 이용한 조영제를 개발하였다.[7] 또한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간질 실험쥐에서 민감하고 특정한 칼륨 나노센서를 보고하여 세포 외 칼륨을 선택적으로 감지하여 간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음을 발표하였다.[8]

   BBB는 정상적으로 생체 보호 장벽으로 여겨지는 반면에, 바이오해커스의 주인공 미아에게는 강력한 면역계가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장벽이었던 셈이다. 이는 뇌종양 환자에서 항암제의 뇌조직 침투가 적어 뇌종양 항암치료의 한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적절하게 필요한 시간 동안만 가역적으로 BBB 누출을 조절하여 병변조직으로의 약제 침투가 가능하다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겠다. 이러한 가역적으로 BBB 투과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집적초음파(Focused Ultrasound, FUS)를 사용하는 가능성은 Hynynen et al.에 의해 2001년에 처음으로 입증되었다[9]. FUS 치료 후, 치료제는 혈관내주입으로 의도된 표적에서 치료적으로 적절한 농도로 BBB에 침투할 수 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 현재 임상시험 및 결과발표가 진행되었다.[10]

그림 5. 초음파처리 전후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18F]-Florbetaben uptake 영상 a.기저영상 b. 초음파처리 약 1주 후. c Gadolinium 혈관외유출 T1-강조 MR 영상-표적부위의 혈액_뇌장벽 누출처리 직후.

   또한, 최근에는 초음파처리(sonication)는 다발성 경화증MS 질환동물모델 개발에서 BBB 누출을 야기하게끔 쓰여졌다[11]. 이는 중추신경계의 자가면역질환의 병태생리를 연구하고 이해하여 치료기전 개발에 도움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초음파의 물리적 힘이 BBB 투과성을 증가시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초음파 처리 후 모세혈관 내피 세포의 소포, 액포, 창 및 세포간 채널의 수가 증가하고 밀착 접합을 지나 세포주위 공간을 통한 염료 누출이 관찰되었다. 밀착 접합의 변화는 FUS 후 1시간 및 2시간에 단백질 수준에서 나타나고, 원래의 밀착 접합에 해당하는 기준선으로의 복귀는 4시간에 관찰되었다. 다섯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여 특별한 부작용이나 병의 악화 없이 초음파처리의 효과인 BBB의 가역적인 투과성 증가현상을 확인하였다.[12]

그림 6. 초음파처리 응용기전 모식도.

   그리고 이러한 MR 유도 집속 초음파(MR-guided focused ultrasound, MRgFUS)의 BBB 개방(opening) 효과로 4명의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일명 '루게릭병') 환자에서 운동피질에 대해 안전하게 실현 가능하였으며 MRgFUS는 표적화된 전달 플랫폼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3]

   초음파 신경분해를 시도하고 기억을 되살려 나가는 미아는 “자신(self)”을 되찾게 된다. 뇌가 기억하는 만큼의 ‘나”가 삶의 기반임을 일깨우는 결말에서, 혈액_뇌장벽은 내가 내자신일 수 있도록 뇌를 지켜주는 울타리인 셈이다.

참고문헌

[1] Tatiana Barichello, " An Overview of the Blood-Brain Barrier," in Blood-Brain Barrier. New York, NY : Springer New York : Imprint: Humana, 2019, pp.1-6.

[2] Pardridge WM, "The blood-brain barrier: bottleneck in brain drug development," NeuroRx, vol. 2, pp.3–14.2005.

[3] Y. Zhou, Z. Peng, E. S. Seven, and R. M. Leblanc, J. Control. Release, vol. 270, p.290, 2018.

[4] Verheggen, I.C.M., de Jong, J.J.A., van Boxtel, M.P.J. et al., "Imaging the role of blood–brain barrier disruption in normal cognitive ageing." GeroScience, vol. 42, pp.1751–1764, 2020.

[5] Lipsman N, Meng Y, Bethune AJ, Huang Y, Lam B, Masellis M, Herrmann N, Heyn C, Aubert I, Boutet A, Smith GS, Hynynen K, Black SE, "Blood–brain barrier opening in Alzheimer’s disease using MR-guided focused ultrasound," Nat Commun, vol. 9, p.2336, 2018.

[6] Sheng-Fu Huang, Alaa Othman, Alexey Koshkin, Sabrina Fischer, David Fischer, Nicola Zamboni, Katsuhiko Ono, Tomohiro Sawa, Omolara O. Ogunshola, "Astrocyte glutathione maintains endothelial barrier stability," Redox Biology, vol. 34, 2020.

[7] Lin, W., Hyeon, T., Lanza, G., Zhang, M., & Meade, T., "Magnetic Nanoparticles for Early Detection of Cancer by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S Bulletin, vol. 34, no.6, pp.441-448, 2009.

[8] Liu, J., Li, F., Wang, Y. et al., "A sensitive and specific nanosensor for monitoring extracellular potassium levels in the brain," Nat. Nanotechnol. vol 15, pp.321–330.2020.

[9] Hynynen K, McDannold N, Vykhodtseva N, Jolesz FA, " Noninvasive MR imaging-guided focal opening of the blood-brain barrier in rabbits," Radiology, vol  220, pp. 640–646, 2001.

[10] Meng, Y., Hynynen, K. & Lipsman, N., "Applications of focused ultrasound in the brain: from thermoablation to drug delivery," Nat Rev Neurol , vol 17, pp.7–22, 2021.

[11] Katharina Schregel, Caroline Baufeld, Miklos Palotai, "Targeted Blood Brain Barrier Opening With Focused Ultrasound Induces Focal Macrophage/Microglial Activation in Experimental Autoimmune Encephalomyelitis," Front. Neurosci., vol. 12,  May, 2021.

[12] Lipsman, N., Meng, Y., Bethune, A.J. et al. "Blood–brain barrier opening in Alzheimer’s disease using MR-guided focused ultrasound," Nat Commun, vol.9, p. 2336, 2018.

[13] Abrahao, A., Meng, Y., Llinas, M. et al. "First-in-human trial of blood–brain barrier opening in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using MR-guided focused ultrasound. Nat Commun, vol.10, p.4373, 2019.

그림 1. 독일 드라마 "바이오해커스" 시즌2 6회차 결말. <넷플릭스>

그림 2 . Tatiana Barichello, " An Overview of the Blood-Brain Barrier," in Blood-Brain Barrier. New York, NY : Springer New York : Imprint: Humana, 2019, p.5.

그림 3 . Ferber, Dan , "Bridging the blood-brain barrier: New methods improve the odds of getting drugs to the brain cells that need them," PLoS biology, vol.5, no.6, pp.1191-1194. March, 2007.

그림 4. 권미나, 최혜은, 김기수,  "고분자 나노입자 기반 뇌 내 약물전달시스템," Polymer Science and Technology, 2021

그림 5. Lipsman N, Meng Y, Bethune AJ, Huang Y, Lam B, Masellis M, Herrmann N, Heyn C, Aubert I, Boutet A, Smith GS, Hynynen K, Black SE, "Blood–brain barrier opening in Alzheimer’s disease using MR-guided focused ultrasound," Nat Commun, vol. 9, p.2336, 2018.

그림 6. Meng, Y., Hynynen, K. & Lipsman, N, "Applications of focused ultrasound in the brain: from thermoablation to drug delivery," Nat Rev Neurol, vol. 17,pp. 7–22, 2021.

이린

하나고등학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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