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울림을 전하는 언어

음악 2020년 12월 05일

헨델의 ‘리날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의 ‘리골레토’, 푸치니의 ‘투란도트’... 오페라는 관객의 몸과 마음을 깊은 울림에 흠뻑 젖게 하는 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인은 몇 세기가 지나도 소프라노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내뿜는 아리아의 선율이 관객의 가슴에 직접 전달하는 감동에 오페라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페라 걸작들은 이탈리아 작곡가에 의해 창작되었으며, 이탈리아어로 불린다. 모든 언어는 각각 인간이 창조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인데, 인간의 몸을 악기로 선율을 만들어내는 성악이 이탈리아라는 한 국가의 언어로 불린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음악적 요소를 중심으로 문학적 요소, 연극적 요소, 미술적 요소, 무용적 요소 등 예술의 종합체인 ‘오페라’의 성립 요건 중 하나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음악극의 흐름을 따랐다는 역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본래 대사에 음악의 선율을 대입한 것이며, 아리아 등 등장인물이 부르는 곡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간의 대화는 이야기하듯 낭독조로 전재되는 ‘레치타티보’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오페라 가수는 등장인물에 성역에 따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뉩니다. 이러한 오페라 가수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창법은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벨 칸토(bel canto)’이다.

이처럼 오페라는 그 역사부터 구성 요소까지 모두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페라가 ‘이탈리아’라는 특정한 국가에서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오페라는 대사에 음악을 적용한 것이므로, 오페라의 시초는 그 대사의 언어, 즉 이탈리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리를 내는 방법, 즉 발성법은 민족에 따라 언어, 종교 등의 문화사회적 환경, 기후 풍토 등의 자연환경, 악기의 영향, 형질인류학적 발성 기관의 특징 등의 차이와 그 영향으로 민족 고유의 발성법으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발성법으로서 대표적인 창법은 앞서 살펴보았던 ‘벨 칸토(bel canto)’이다. 벨 칸토는 복식호흡을 통해 숨을 들이마실 때 내려간 횡격막의 상태를 유지하여 숨을 조절하며 내쉬는 발성법으로, 소리의 울림이 형성되는 구강과 비강에서 소리를 공명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와 더불어 혀와 입술 등의 조음기관을 충분히 기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탈리아인의 발성법에서 비롯된 이탈리아의 언어 체계는 오페라의 원시가 되었다. 먼저, 오페라 형성의 기반 된 이탈리아의 음소 체계에 대해 살펴보자. 이탈리아의 모음은 a, e, I, o, u의 기본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절대다수의 음절이 모음으로만 끝나는 개음절구조를 지니고 있다. 예외적으로 어미가 폐음절로 끝나더라도 s, t, d와 같은 자음이 이어지지 않고 n, l과 같은 유성음이나 유음과 결합하여 음절과 음절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리듬감을 부여하는 특성이 있다. 이탈리아어의 운소 또한 영어와 독일어 등 다른 언어와 차별화되는 규칙적인 악센트를 통해 일정한 율동감과 규칙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는 d, t, s등의 무성음으로 끝나는 음절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악센트가 마지막 모음과 뒤에서 두 번째 모음에 불규칙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어의 경우 뒤에서 두 번째 모음에만 악센트가 고정적으로 주어진다. 이러한 악센트의 위치는 단순히 리듬감 부여뿐만 아니라 오페라 곡의 전개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분석해볼 수 있다.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절정인 ‘전’의 단계를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뒤에서 두 번째 모음에 악센트가 가해지는 이탈리아어는 오페라 곡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바로크 오페라나 벨 칸토에서 콜로라투라, 피오리투라의 장식음이나 음악적 기교가 적용되는 부분 또한 대부분 뒤에서 두 번째 음절이라는 규칙성을 지닌다. 이와 같은 이탈리아어의 특징은 오페라의 기초가 되는 대사에 운율감을 부여하였고, 인물 간에 대화가 오갈 때의 레치타티보 또한 이러한 언어의 특징이 존재했기에 오페라에 적용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어의 음악성을 인식한 작곡가들은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어로 오페라를 작곡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제1차 십자군 전쟁 당시 십자군 사령관 고프레도의 딸 알미레나와장군 리날도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낸 오페라 ‘리날도’는 영어 가사가 먼저 쓰여졌지만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후에 헨델에 의해 작곡되었다. ‘돈 카를로’는 프랑스어 가사와 이탈리아어 가사가 모두 존재하지만, 이탈리아어로 불리는 작품들이 더욱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음악은 작곡된 시기의 역사, 작곡된 국가의 사회와 문화, 작곡가의 삶 등 모든 것을 담아 두고 인종, 국적, 성별, 나이와 무관하게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울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다. 오페라를 감상할 때 극의 서사 구조뿐 아니라 오페라라는 장르의 역사를 바탕으로 감상하며 관점을 달리해본다면 조금 더 넓고 깊은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그 웅장한 울림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민영선

하나고등학교 10기

Great!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Great! Next, complete checkout for full access.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Success! Your account is fully activated, you now have access to all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