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서 그 의도와 과정을 입증하라.

사회과학 2021년 06월 13일

[이 글은 [규제의 역설/최성락 저]의 내용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규제란 무엇일까?

규제는 보통 정부 또는 지자체가 기업과 국민들에게 무언가를 금하고, 기업과 국민들이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버리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음주를 한 채 운전대를 잡지 마라. 음주운전을 하면 그에 따른 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한다.", "1가구 2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할 것이다. " 등과 같이 특정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처벌, 금전적 불이익 등을 주는 것이 규제이다.  국회와 정부의 많은 업무 중 상당 부분이 규제 정책, 규제 입법을 기반으로 한다. 2019년에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서 입법 예고 한 것이 1993건이고, 이중 44%에 해당하는 876건이 규제로 분류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규제의 의미를 "무언가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는 것"이라는 좁은 의미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시각으로 규제를 "국민들의 입장에서 불이익이 되는 것" 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제의 정의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일어나는 가를 기준으로 본다. 이 틀로 정부 입법을 보게 된다면, 대부분의 정책들이 규제로 들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행하는 지원 정책들에는 언제나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지원을 끊는 것인데, 그동안 계속 지원을 받다가 갑자기 지원이 중단될 경우, 지원을 받는 쪽에서는 상황이 난처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하여 자신들의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부는 그럼 왜 규제 정책을 만드는 것일까? 정부는 사회를 변화 시키기 위해서 여러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과 규제들이 본 목적대로 사회를 제대로 변화 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도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책이나 규제가 원래 의도한 대로 효과를 거두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규제와 정책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실질적 실패이다. 그러나, 실패한 규제와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부작용이 크지 않다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다. 그저 의도한 목적대로 규제의 힘이 발휘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그림 1. 규제란?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규제의 역설에 대해 다뤄보겠다.

규제의 역설이란?

일반적인 규제는 그 규제의 목적과 다르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고,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는 지 실질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그 결과와 효과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규제의 역설은 단순히 "부작용이 큰"규제가 아니라, "목적에 오히려 해로운"규제이다. 규제의 역설은 보통 그 위험성이 충분히 예상되고 사회적으로 미리 경고 되지만, 고집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시행착오를 통한 개선도 기대할 수 없이,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애초에 만들어져서는 안 될 규제들이었던 것이다.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는 규제를 입법 한 자는 선한 의도, 좋은 명분을 가지고 입법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 하였다는 것은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실패 원인, 그리고 그 실패가 이미 예견된 것은 아니었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림 2. 역설

비닐 봉투 쓰레기 감소 정책.

현대 환경 문제는 그 범위, 형태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미세 먼지, 지구 온난화, 환경 호르몬 등 그 종류와 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이 중에서 곤란한 골칫거리 중 하나가 비닐 폐기물이다. 일반적인 비닐은 썩는 데 5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비닐을 우리가 언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를 생각해보면, 쇼핑을 하고 따라오는 포장 봉투 일 것이다. 가게에서 받은 비닐 봉투를 우리는 그저 집으로 물건을 나르는 수단으로서 생각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리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과거 국제사회에서 알려지게 되면서, 이러한 비닐의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이 많이 생기기도 하였고, 환경 단체 및 개개인 역시 이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닐봉지의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비닐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50~100원 정도의 소액이라도 그 가격을 매겨 돈을 받고 제공하는 정책이다.

그림 3. 비닐 봉투 쓰레기

비닐 폐기물 정책 in 영국.

이 문제에 대하여 영국이 채택한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그 비닐 봉투에 값을 매겨 소비자들로 하여금 비닐 봉투를 구매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방식이 아닌,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꾼 방법을 채택하였다. 바로 비닐 봉투를 더 "튼튼히" 만드는 것이었다. 그동안 비닐 봉투 쓰레기가 늘어난 것은 비닐 봉투를 "일회용" 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있다. 비닐 봉투를 한 번 쓰고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면, 비닐 봉투 쓰레기를 상당히 많이 줄일 수 있다. 비닐 봉투가 상대적으로 쇼핑백이나 에코백에 비해서는 다루는 것이 쉽기에 이 비닐 봉투를 한 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이 점을 파악하고, 비닐봉지의 강도의 높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러한 비닐 봉투가 무료라면, 사람들이 번거롭게 비닐 봉투를 다시 챙길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비닐 봉투를 유료화 하기도 하였다.

정리하자면, 영국에서는 비닐 봉투를 유료화 시킨 것 뿐만 아니라, 그 내구성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돈을 주고 산 비닐 봉투를 "아끼고", "여러 번", "제대로" 사용하여, 최종적으로는 비닐 쓰레기 양을 "감소"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림 4. 영국

그러나,

정책을 시행 한지 대략 7년 정도가 되었다. 그 사이에 비닐 쓰레기 양은 오히려 증가했다. 내구성을 강화한 비닐 봉투를 사용하면서 명확히 일회용 봉투 사용량이 감소한 것은 많다. 그러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그 비닐 봉투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닐의 양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회용 비닐 봉투에 비해 대략 3배 정도 많은 양의 비닐이 이를 제작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비닐 봉투 하나에 들어가는 비닐이 3배가 늘었다는 것은, 최소한 사람들이 이 비닐 봉투를 4번 이상 사용하여야 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하나의 비닐 봉투에 들어가는 비닐 양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닐 쓰레기 양은 감소하지 않았고, 매년 10만 톤 정도의 비닐 쓰레기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왜?

무엇이 문제였을까? 분명 그 목적은 선한 것이었고, 그 명분은 충분했다.

문제는 이것이 내구성을 강화한 비닐 봉투이던, 유료인 비닐 봉투이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이는 그저 일회용 비닐 봉투였기에 이것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평소에 환경을 고려하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이 정책의 결과는 그 목적과 다른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낳아버리고 말았다.

그림 5. 정책은 그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결론

규제하는 것은 분명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사회가 좀처럼 살기 편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규제가 명확한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규제의 역설"이다.

그렇다면 규제의 역설을 일키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규제를 만들 때, 좋은 의도 만으로 만들지 않으면 된다. 사회 속에서는 그 의도가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그 결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 인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쁘다면, 사회적 차원에서는 그것이 결코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다.

모든 규제와 정책을 만들 때는 그 의도는 상관 없다. 그 규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미칠 것 인가만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규제가 선의, 좋은 의도, 좋은 사회를 위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그 결과가 정말로 좋게 나오는 지의 여부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그 의도가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중요하다.

"결과로서 그 의도와 과정을 입증해야 한다."

참고문헌

[1] 최성락, "1장-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in 규제의 역설, 서울시, 대한민국: 페이퍼로드, 2020, pp. 38-42

그림 1.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309BB3657761B4A04

그림 2. https://jmagazine.joins.com/_data/photo/2020/04/3698936108_JErCxwTb_1.jpg

그림 3. https://vrthumb.imagetoday.co.kr/2020/06/28/tip2440002382.jpg

그림 4.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63913D5B1FFA8303

그림 5. https://www.wolyo.co.kr/news/photo/201609/39995_28672_572.jpg

이주현

하나고등학교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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