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1 "뱅크샐러드"로 보는 데이터 비즈니스의 성공전략
"뱅크 샐러드" 들어보셨나요?
요즘 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핸드폰에 꼭 있다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정말 혁명적인 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합니다. 공인인증서 인증만 하면 각종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던 나의 금융재산 데이터를 한 번에 모아서 보여주고, 재산변동내역과 함께 지출 관리, 자산 관리 솔루션까지 제공해줍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계좌에 들어있는 돈 뿐만이 아니라 부동산 시세, 자동산 시세 등까지 모두 고려하여 재산을 계산해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 비즈니스에는 큰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금융정보의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는데요, 뱅크샐러드는 이러한 한계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까요?
성공전략 1. 데이터 트러스트 구축
데이터 비즈니스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빅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시대이지만, 빅데이터 산업을 더욱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완화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인정보 사후동의제가 아닌 사전동의제로서, 미리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허락과 동의가 없으면 다른 곳에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비교적 엄격한 기준 때문에 빅데이터 산업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뱅크샐러드는 어떻게 해서 수 많은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그냥 데이터도 아닌 '금융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핵심은 바로 데이터 트러스트를 구축하는 데에 있습니다. 데이터 트러스트는 '안전'과 '의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안전이란 데이터가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는지에 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고, 의도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개인정보가 잘못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성 측면에서는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가 불투명하다면 여전히 고객들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뱅크샐러드는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공인인증서를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번 인증할 때 마다 고객의 핸드폰 속에 있는 공인인증서를 '호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서버에 인증서를 저장해 놓고 언제든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버린 것이죠. 뱅크샐러드의 사례를 일반적인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장해보자면, 데이터 활용 목적이 단순히 '회사의 수익'이라면 고객들의 신뢰는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뱅크샐러드가 사용자에게 가장 혜택을 많이 줄 수 있는 카드를 추천해준다는 명목으로 데이터 수집을 해놓고는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수수료를 더 많이 내는 카드회사들을 상위에 노출시키고 추천하는 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더라면, 소비자들은 언젠가 분명 의심을 품게 되었을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데이터 수집을 통해 서비스의 효용을 극대화 시키는데에 집중하는 것이 데이터 비즈니스의 근본적 목표가 되어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전략 2. 뱅크, 트라이브의 독특한 조직 구조
뱅크샐러드의 조직 시스템은 굉장히 독특합니다.뱅크(bank)와 트라이브(tribe)라는 두 개의 조직이 주축이 되어서 움직이는데요, 뱅크는 우리가 일반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조직과 비슷합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 인사/기획 부서, 개발 부서처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뱅크입니다. 독특한 점은 바로 트라이브인데요, 트라이브란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즉, 트라이브는 특정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보면 되는 것입니다.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니, 하나고등학교를 예시로 설명해볼게요. 같은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뱅크는 우리학교의 창체동아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래에 비슷한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이 모였으니까요. 트라이브는 프로젝트에 빗댈 수 있습니다. 거북선 프로젝트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일을 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바로 트라이브입니다. 뱅크샐러드의 모든 직원들은 뱅크에도 속해있지만, 특정 트라이브에도 속해있습니다. 김태훈 대표의 설명을 통해 더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트라이브 각각은 개별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트라이브 장이 될 수 있는데 밸류에이션을 통해 검증을 받고 뱅크로부터 휴먼 캐피털을 빌려 간다. 아이디어가 좋은 트라이브가 회사에서 더 많은 리소스를 가져가는 아이디어 경쟁 체제라고 볼 수 있다. 트라이브는 전적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성과도 트라이브별로 평가받는다. - 김태훈 대표
이러한 조직구조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히려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일을 하면 의견 충돌도 과도하게 일어나게 되고, 자기 능력을 뽐내기 위해서 일하게 됩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일하기 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뽐내고 향상시키기 위해 일한다는 뜻입니다. 트라이브 조직 구조는 이와 같은 직무 내 갈등, 직무 간 이기주의를 방지하게끔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평가받다 보니 항상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협업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뱅크 샐러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기능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회사 조직, 정말 특별하죠?
성공전략 3. 빠른 실행을 통한 값 싼 학습
트라이브는 무조건 3개월 단위로 운영됩니다.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트라이브가 구성이 되면, 3개월 이내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데이터로 검증해내야 합니다. 1개월은 무언가를 실현시키기에 너무 짧고, 6개월은 너무 길다는 판단 하에 3개월이라는 단위가 나온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학생들이 하는 일반 프로젝트라면 모를까,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 치고 3개월이면 너무 짧은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뱅크 샐러드가 고수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바로 '빠르게 실험하고 저렴하게 학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6개월 동안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가 생각과 다르게 썩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면, 그 트라이브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지만, 실패에도 비싼 실패와 싼 실패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노력을 들여서 실패한 것과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가 실패한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값이 싼 실패지만, 후자는 그에 비해 잃는게 너무 많은 실패인 것이죠.
뱅크샐러드의 이러한 원칙은 특히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새로운 산업을 개척해나가야하는 입장에 놓이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이렇게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시장에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부딪혀 봐야 무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몇 번 실패해봐야 한다면, 무엇보다 빠르게 가설을 검증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태훈 대표는 "빨리 실패하고 저렴하게 학습해서 시행착오를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떠오르는 샛별 같은 기업 '뱅크샐러드'를 분석해보았는데요, 다른 분야의 사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경영 철학이 확고한 기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참고문헌
https://dbr.donga.com/article/view/1901/article_no/9144/ac/a_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