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면역 단백질, 보체

생물학 2020년 04월 15일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보체, 또는 보체계 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생명과학I 에서는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AP 생물학II 과목을 배웠다면 주변 면역세포를 부르고 세균의 세포막을 천공하는 단백질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체계가 어떻게 활성화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작동하는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보체계가 어떤 경로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지 면역학적 수준에서 설명하려 한다. 만약 보체계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면 원활한 이해를 위해 다음 동영상 하나를 먼저 시청하기를 권유한다.

보체란 무엇인가?

보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선천성 면역계와 후천성 면역계랑 협동하여 혈액이나 조직에서 병원체를 제거하는 30가지 이상의 혈액 속 단백질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작은 단백질들은 서로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켜 숙주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보체활성화의 주요 시작 경로는 3가지 - 고전경로(Classical pathway), 렉틴경로(Lectin pathway), 대체경로(Alternative pathway) 가 존재하고 이 경로들의 목적 중 하나는 막공격복합체 (membrane attack complex, MAC)라 불리는 복합체를 형성하여 세균의 세포막을 천공하는 데에 있다. 또한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 연결을 매개하기도 하고 중추신경계에서 시냅스 제거를 매개하는 등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보체 활성화의 3가지 경로

고전경로 (Classical Pathway)

보체활성화의 고전경로는 C1q, C1r, C1s의 세 가지 단백질이 모여 이루어진 C1 복합체(C1q\(\text{r}_2\)\(\text{s}_2\))가 항원 막에 고정되어 있는 IgM 또는 특정 IgG와 결합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항체가 시작 조건이기에 고전경로에서의 시작은 후천성 면역이라 본다.)맨 처음 C1r의 분자 중 하나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C1s를 절단하여 두 분자를 활성화 시킨다. 이 절단된 C1s은 먼저 C4를 C4a와 C4b로 분해하고 C4b 단백질이 세포표면에 결합하게 되면 C2가 와서 붙게 되는데 이 붙어 있는 C2를 C1s가 잘라 결과적으로 C4b2a 복합체를 세포 표면에 남긴다. C4b2a는 C3 전환효소라고도 하는데 C3를 가수분해하여 C3a와 C3b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C3 전환효소는 약 200개의 C3a/b를 만들 수 있기에 이 과정에 매우 큰 증폭이 일어나게 된다. C3b 단백질을 보체계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은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미생물 표면에 결합하여 포식세포가 미생물을 탐색하기 원활하게 해준다(이를 옵소닌화 라고 한다.)
2) C3b는 항원에 이미 붙은 항체에 부착되어 포식세포나 적혈구의 C3b 수용체에 결합하고 병원체가 부착된 세포는 간으로 이송하여 파괴된다.
3) 일부 C3b는 막결합한 C3 전환효소와 결합하여 C5 전환효소(C4b2a3b 복합체라고도 함)를 만든다.

C5전환효소는 C5를 C5a와 C5b로 가수분해 시키는데 C5b는 후에 서술될 MAC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렉틴경로 (Lectin pathway)

위의 고전경로를 이해했다면 렉틴 경로는 매우 쉽게 설명이 된다. 렉틴 경로는 만노오스 결합 렉틴 이라 불리는 MBL (Mannose binding lectin), 또는 피콜린(Ficolin)이 각각 항원 막에 붙어 있는 만노오스(단당류의 일종) 과 올리고당(단당류가 소량 결합되어 있는 탄수화물)에 결합하여 시작된다. (고전경로와 다르게 항체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선천성 면역의 일부라 본다.) 이 후 두 단백질에 모두 MBL 관련 가수 분해 효소인 MASP-1 과 MASP-2가 붙어 앞서 고전경로에서 설명했던 C1과 유사한 기능을 하여(정확히는 MASP-2가 구조적으로 C1s와 공통점이 있어 유사한 기능을 한다) C3 전환효소를 만든다. 이에 따라 C3는 C3a와 C3b로 나누어지고 이 후는 고전 경로와 내용이 같다.

대체경로 (Alternative pathway)

대체경로는 비교적 최근에야 3가지 방법으로 활성화가 될 수 있다고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체경로인 공회전 대체경로, 단백질 프로퍼딘에 의한 대체경로, 마지막으로 단백분해효소 활성화에 의한 대체경로이다.

1.공회전 대체경로

공회전 대체경로는 혈액 내부에 존재하는 C3가 자발적으로 가수분해하여 C3(\(\ce{H2O}\)) 분자가 되면서 촉발된다. 이들은 혈액 내 B인자와 결합하여  C3(\(\ce{H2O}\))B가 되고 결합된 B인자는 D인자에 의해 절단되어 일부 조각(Ba 조각)이 떨어져 나가 C3(\(\ce{H2O}\))Bb 복합체가 된다. C3(\(\ce{H2O}\))Bb 복합체는 혈액에 떠다니면서 C3전환효소의 역할을 한다. (참고로 떨어져 나간 Ba는 활성화된 B림프구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던 C3b는 대체경로에서도 한 몫을 한다. C3b가 미생물 표면에 부착되면 B인자가 와서 결합하고(C3bB), 마찬가지로 D인자가 와 B인자를 절단하여 막 표면에 C3bBb 복합체를 만든다. 이 복합체 역시 고정경로에서 서술한 C4b2a와 바로 위에서 설명한 C3(\(\ce{H2O}\))Bb 와 같이 C3전환효소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회전 대체경로에서는 두 개의 C3 전환효소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C3bBb는 다른 C3 전환효소의 기능을 가지는 단백질과 달리 매우 불안정하다. 이에 따라 P인자라고도 불리는 프로퍼딘(Properdin)이 결합해 안정된다. 안정화된 C3bBb는 C3b 생성율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는데 대체경로가 시작되면 5분 이내에 200000개 이상의 C3b 분자가 미생물 표면에 결합한다. 마지막으로 C3bBb와 프로퍼딘이 결합된 복합체는 C3b와 다시 결합하여 C3bBbC3b라는 복합체가 되어 C5 전환효소의 기능을 하고 결론적으로 MAC를 형성한다.

2. 프로퍼딘 활성화에 의한 대체경로

프로퍼딘은 앞서 공회전 대체경로에서 소개했듯 C3bBb를 안정화 시켜주는 인자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프로퍼딘 자체가 대체경로를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에 결합된 프로퍼딘이 공회전 대체경로로 이미 생성된 C3b와 B 인자와 결합해 C3bPB 복합체로 형성하고 D 인자가 B 인자를 절단해 C3bPBb가 되면서 C3 전환효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데 왜 "~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 결말을 맺었을까? 현재 프로퍼딘 활성화에 의한 대체경로는 아직 실험 중이고 위의 경우가 모든 생물한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지 증명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단백분해효소 활성화에 의한 대체경로

단백질 분해 효소 활성화에 대한 대체경로는 최근 연구에 의해 보체계 간의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너무 깊숙히 들어가면 병리학 및 다른 면역학적 내용을 끌고 와야하기 때문에 매우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강한 염증 반응에서 혈액 응고 연쇄반응에 관여하는 트롬과 플라스민이 단백질 인자가 C3와 C5를 절단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한 응고 반응 중 혈소판이 활성화 되면 세린/트레오닌 카나아제와 함게 고농도의 ATP와 \(\text{Ca}^{2+}\)가 방출되는데 이들은 C3b를 인산화시켜 분해에 덜 민감하게 만듦으로써 보체경로를 증강한다.

MAC (Membrane Attack Complex) 형성

C5 전환효소에 의해 형성된 C5b 조각은 근처 항원 막에 부착되어 다음 단백질들이 붙을 지지대를 형성한다. 이에 뒤따른 C6과 C7이 붙어 C5b67 복합체를 형성하면 소수성 결합부위가 생겨 세포의 막에 침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침투한 복합체는 C8과 막대 모양의 C9 단백질 9 ~10 개 정도가 추가로 붙어 막에 구멍을 뚫어 세포의 용혈을 유도한다.

사실 보체계를 말로 설명하면 체계 자체가 복잡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해하기 쉽게 이 글에서 설명된 세 경로와 MAC  형성을 이해하기 쉽게 모식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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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체의 3가지 경로와 MAC 형성을 이해하기 쉽게 모식도로 나타내었다. 

보체와 염증반응

위에서는 보체의 중점적인 역할을 MAC형성에 두고 마지막 MAC를 활성화하기 위한 3가지 경로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경로들을 지나치면서 여러 보체 단백질들을 만났는데 이들 중 보체활성화 경로에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은 단백질들이 있었다.

C3에서 절단되어 나온 C3a, C4에서 절단되어 나온 C4a 그리고 C5에서 절단되어 나온 C5a는 아나필락시스 독소, 염증반응 유도체로서 작용하여 면역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C3a와 C5a는 몇몇 백혈구에 대한 화학적 유인물질로 작용하는데  C3a 또는 C5a가 과립구, 단구, 대식세포 등에 있는 GPCR (C3a는 C3aR, C5a는 C5aR)에 결합하면 연쇄적인 신호전달을 일으켜 사이토카인 분비를 일으킨다. 또한 과립구들의 탈과립 작용을 촉진하여 히스타민과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염증 매개물을 방출시킨다.

보체활성화의 조절

모든지 그 양이 많아지면 독이 되는 것 처럼, 보체 역시 그 활성화가 과해지면 건강한 숙주의 조직이 손상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몸은 보체계를 매우 정밀이 조절하는 기작을 가지고 있다.

1. 불안정한 보체

가장 대표적인 기작으로 공회전 대체경로에서 설명했듯이 프로퍼딘이 붙지 않으면 C3bBb가 불안정해지는 기작이 있다. 특정 조건에 미달하면 불안정해져 분자가 스스로 분해되는 것도 숙주의 자가 방어 기전 중 하나이고, 비록 예시는 하나이지만 여러 보체 분자 들이 독립적으로 있을 때 매우 불안정하다.

2. C1r2s2 분해

고전경로에서는 C1q\(\text{r}_2\)\(\text{s}_2\), 렉틴경로에서는 MBL와 MASP 분자들이 결합한 복합체가 각각의 경로를 시작하여 전체적인 보체계를 이끌어 나갔다. 이 둘은 C1억제인자(C1INH)라는 세린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 (Serpins)라는 단백질 종류에 속해 C1q\(\text{r}_2\)\(\text{s}_2\) 같은 경우 C1q와 C1\(\text{r}_2\)\(\text{s}_2\)로 분리시키고 MBL과 MASP 분자들의 복합체도 마찬가지로 MBL 따로, MASP 따로 분리 시켜 억제한다.

3. C3 전환효소의 분해

고전경로와 렉틴 경로에서는 C3전환효소로 C4b2a를 사용하였고 대체경로에서는 C3bBb를 사용하였다. C3전환효소가 활성화되는 단계는 폭발적인 C3b의 증가로 인해 흔히 증폭단계라 불리며 철저한 조절을 받아야한다. 이에 따라 붕괴촉진 인자들이 이들을 분해한다. C4b2a의 경우 숙주 세포막에 만 존재하는 DAF (CD55)와 CR1 (CD35)에 의해 제거 되거나 C4BP에 의해 제거된다. 그리고 C3bBb는 마찬가지로 DAF나 CR1에 의해 제거 되거나 H인자에 의해 제거된다.

C4BP(C4 결합단백질, C4 binding protein)와 H인자는 용해성 보체조절인자로, 숙주에 특이적으로, 세포막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세포막에 존재하는 보체를 제거한다. DAF, CR1, C4BP, H인자 모두 숙주에게 특이적이다. 이에 따라 숙주 세포에 보체가 붙으면 그 활성을 다한 후 제거 되지만 숙주가 아닌 다른 병원체의 표면에서는 보체가 축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C3b와 C4b의 분해

C4b2a 복합체와 C3bBb 복합체가 붕괴촉진인자에 의해 분해가 되었지만 이는 복합체 자체를 분해한 것이다. 따라서 C4b2a 복합체가 분해되면 C2a는 확산되어 없어지지만 C4b는 세포막에 아직 결합한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C3bBb 역시 분해되면 Bb는 확산되어 없어지지만 C3b는 세포막에 결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이에 따라 세포막에 남은 단백질을 분해시켜주어야 하는데 이는 I인자가 매개한다.

I인자는 항상 활성을 갖고 있기에 언제든지 C4b와 C3b를 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체 활성화가 일어날 때 분해를 하면 안되기에 I인자는 스스로 작동할 수 없고 보조인자인 MCP (membrane cofactor of proteolysis)와 CR1이 있어야 한다. 이 두 보조인자와 함께 C4b를 분해하는 경우 C4BP가, C3b를 분해하는 경우 H인자가 작용하여 분해를 하게 된다. C4b가 분해되면 활성이 없는 C4c와 C4d가 되고 C3b가 분해되면 C3c, iC3b, C3dg이 되는데 이들의 작용은 어렵기에 넘어가도록 하자.

5. MAC 형성 억제

아주 가끔식 면역체계가 대규모로 일하다 보면 보체계도 오류가 생길수 있다. 이에 따라 보체의 오류로 MAC가 건강한 숙주세포에 형성될 수도 있다. 건강한 숙주세포는 천공되면 안되기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숙주세포의 표면에는 프로텍틴(Protectin)이라는 단백질이 있어 C5b678과 결합해 숙주세포막에 MAC가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고 비트로넥틴(Vitronectin)은 병원체가 터지고 방출한 C5b67 복합체에 결합하여 숙주세포막에 결합하는 것을 억제한다.

6. 아나필락시스 독소 억제

염증반응에서 설명한 C3a와 C4a, 그리고 C5a는 카르복시펩티드 분해효소에 의해 각 단백질의 C-말단에 존재하는 아르기닌이 잘려나가 활성을 잃게 된다. 이를 매개하는 효소는 카르복시펩티다제 N, 카르복시펩티다제 B, 그리고 카르복시펩티다제 R이 있어 C3a를 C3a des Arg (아르기닌이 없는), C5a는 C5a des Arg으로 바꾼다.

보체계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 하며

체계는 앞서 말했듯 고등학교 과정을 넘는 얘기이고 단백질들의 이름이 서로 비슷하여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본 포스트에서는 보체 자체에 힘을 주고 작성하였기에 보체 중심적으로 나왔지만 실제 보체는 다양한 면역세포들과 다양한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보체계는 비록 생명과학 교과서에는 빠져있지만 우리 인체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체계이고  하루하루 바삐 우리 몸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필자가 보체를 통해 면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처럼, 우리 몸의 작은 병력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을 어떨까?

참고문헌

[1] Kuby immunology, 7th edition - Owen, Punt, Stranford

이정환

하나고등학교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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