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에탄올의 살균 작용
2019년 최초로 학계에 보고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도 전염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퇴치와 방역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나 건물을 방역할 때, 국가에서는 95% 농도의 에탄올을 주로 활용한다. 에탄올은 어떤 원리로 바이러스를 소독할 수 있는 것일까?
바이러스의 구성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바이러스가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그 형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RNA 핵산을 단백질(Protein Capsids)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취한다. 이때 주변 단백질의 형태는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루거나, 정이십면체의 형태를 띠는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난다.

사진은 최근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모습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내부에 RNA 핵산이 위치하고, 이를 단백질들이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바이러스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겉에 보이는 붉은 형태의 단백질(사진 속에서는 S Protein)은 스파이크 단백질로, 체내 세포의 세포막을 뚫고 사람을 전염시킬 때 작용하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의 펩타이드 결합
에탄올이 살균소독제로 훌륭하게 작용하는 것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바이러스의 구조 덕분이다. 단백질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결합(Peptide Linkage)을 통해 형성하는 화학 구조물인데, 이때 펩타이드 결합은 아미노산의 아미노기(-NH2)와 카복시기(-CO2H)가 만나 물(H2O)이 빠져나오고 C와 N이 결합하는 축합 결합(縮合 結合)을 한다.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미노산의 종류와 무관하게 아미노산의 각 부분들이 서로 결합하여 한 개의 펩타이드 결합과 한 개의 물 분자를 형성한다. 이렇게 한 개의 펩타이드 결합과 두 종류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있는 생성물을 다이펩타이드(Dipeptide)라고 부르며, 여러 개의 펩타이드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은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라고 부른다.
여러 개의 펩타이드 결합들이 모이면 N - H 결합의 수소 원자와 C = O 결합의 산소 원자가 결합에서의 전기음성도 차이에 의해 수소 결합을 형성하여 단백질은 α-나선 구조를 이룬다. 이렇게 만들어진 α-나선 구조의 단백질은 일정한 길이가 되면 서로 꼬이거나 꺾여서 복잡한 구조의 단백질을 형성하며, 이런 단백질들이 모여 바이러스의 캡시드(Capsids)나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s)들을 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의 형태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다. 이 구조가 조금이라도 망가지거나 변해버리면 단백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변성(變姓)되어 버린다.
에탄올의 항바이러스 작용
에탄올(Ethanol)의 경우 아주 강력한 항바이러스제, 혹은 항균제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들이 다녀갔던 장소들을 소독하고 살균하는 데에 에탄올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에탄올이 소독제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에탄올의 변성 작용(變姓 作用) 때문이다. 에탄올은 펩타이드 결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지만, 단백질의 α-나선 구조를 망가뜨린다.

서로 수소 결합을 형성하고 있는 두 아미노산 아스파트산(Asp)과 타이로신(Tyr)을 예로 들어보자. 정상적인 경우 그림과 같이 α-나선 구조에서 타이로신의 수소 원자와 아스파트산의 산소 원자가 수소 결합을 이루고 있어 나선 구조가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에탄올이 개입하면 아스파트산의 산소 원자와 타이로신의 수소 원자가 수소 결합하는 대신 아스파트산의 산소 원자와 에탄올의 수소 원자가, 타이로신의 수소 원자와 에탄올의 산소 원자가 수소결합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아스파트산과 타이로신이 포함된 펩타이드 사슬이 이루고 있던 α-나선 구조는 서로 간의 수소 결합이 깨지게 되면서 붕괴한다. 나선 구조가 망가진 단백질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한다. 그래서 에탄올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소독하게 되면, 에탄올이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들을 망가뜨려서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고 굳어버린다. 따라서 에탄올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살균할 수 있는 것이다.
살균용 에탄올의 농도
공공기관에서 건물을 소독할 때 사용하는 에탄올은 대부분 80~95%의 농도로 사용한다. 그 이유는 이 농도의 알코올이 가장 살균력이 높기 때문이다. 에탄올의 농도가 너무 낮을 경우에는 변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아 살균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살균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지도 않는다. 반대로 에탄올의 농도가 너무 높으면 에탄올의 변성 작용이 너무 빨리 진행되어버려 세균이나 바이러스 속으로 깊이 침투하지 못해 살균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에탄올을 살균제로 사용할 경우 살균력이 가장 높은 80~95% 농도의 에탄올을 이용하여 살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