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계와 회로계 - 운동의 대응

물리학 2020년 06월 24일

지난 편에서는 역학계와 회로계의 물리량이 완벽히 대칭구조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고전역학에서 다루는 유명한 운동 (감쇠진동이나, 단조화진동- SHM) 같은 것들도 회로계에서 완벽히 대칭구조를 이루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당연히, 완벽한 대칭구조를 이룬다. 하나고등학교 9기 물리학도라면 'AP물리학C: 역학'과 'AP물리학C: 전자기학 혹은 '고급물리학'이라는 과목과 '현대물리학'이라는 과목을 통해 고전역학과 전자기학에 대하여 배우고, 이에 대한 대칭성을  느낄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 운동들을 통해서 역학계와 회로계가 얼마나 닮았는지 알아보자.
이 글에서는 미분방정식을 풀거나, 수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수학적인 결과에 대한 물리적 해석을 중심으로 서술할 것이다.
역학계와 회로계는 '미분방정식의 형태'에 따라 완전히 대응된다!

운동방정식: 형태부터 알고가자

역학계와 회로계중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훨씬 잘 와닿는 것은 역학계이다. 회로계에서 운동하는 입자는 전자이며,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감도 잘 오지 않는다. 반면, 축구공 같이 눈에 잘 보이는 물체의 운동은 직관적으로 더 이해하기 쉽다. 역학계에 대한 고찰로 시작하여 회로계에 어떻게 대응되는지 살펴보자.
운동방정식이란 무엇인가? 바로 뉴턴의 제2법칙이다. 일명 '가속도'의 법칙.
\(F=ma\)라고 불리는 그 식이다. 질량이 변하거나, 상대론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전제 하에 질량 \(m\)은 상수이다. \[F=ma=m\ddot{x}\] 이 방정식을 풀 때 외력 \(F\)에 따라서 이 미분방정식이 몇 계, 몇 차 미분방정식인지가 결정된다. 고전역학에서 다루는,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자주 접하는 운동방정식은 주로 위치,속도,가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벡터공간 내에서의 미분방정식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운동방정식은 2계 미분방정식이다. 기본적인 꼴은 다음과 같다. \[-c\dot{x}-kx=m\ddot{x}\] 이때 미분방정식을 편하게 풀기 위해, 그리고 물리적 의미를 자세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 꼴이 편하다. \[\ddot{x}+2\gamma\dot{x}+w_{0}^{2}x=0\] 여기서 \(\gamma=\frac{c}{2m}\)이고, \(w_{0}=\sqrt{\frac{k}{m}}\)이다.
\(\gamma\)는 '감쇠인자'로, 얼마나 센 저항/저항력이 작용하느냐를 결정해준다. 질량이 작은 물체이거나, 항력계수가 크면 감쇠인자가 크다. 우리가 흔이 말하는 '무거운 물체가 빨리 떨어진다'는 이 감쇠인자와 관련이 있다. 무거운 물체, 즉 질량이 큰 물체는 감쇠인자가 작기 때문이다.
\(w_{0}\)는 고유 각진동수로, 감쇠가 없을 때의 각진동수이다. 질량이 작을수록, 탄성계수가 클수록 빠르게 진동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1편[물리량의 대응]을 참고하면, \(\gamma\)는 역학계에서 \(\frac{c}{2m}\), 회로계에서 \(\frac{R}{2L}\)로 나타난다. \(w_{0}\)는 단조화진동 시의 진동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역학계에서는 \(\sqrt{\frac{k}{m}}\), 회로계에서는 \(\sqrt{\frac{1}{LC}}\)이다. 따라서, 공기저항(저항)과 탄성력(축전기)을 고려한 2계 미분방정식은 역학계와 회로계 사이에서 다음과 같이 대응된다. \[\ddot{x}+2\gamma\dot{x}+w_{0}^{2}x=0\] \[\ddot{q}+2\gamma\dot{q}+w_{0}^{2}q=0\]
미분방정식의 각 항의 계수인 \(\gamma\), \(w_{0}\)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운동의 형태가 달라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gamma\), \(w_{0}\)는 각각 '저항(감쇠)의 정도', '진동수'를 의미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계 미분방정식: 공기저항 운동과 RC/RL 회로

\(\gamma\neq0, w_{0}=0\) (\(k=0\) or \(L=0\))

기본적인 운동방정식은 2계 미분방정식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1계 미분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인접한 두 항만 살아있고, 나머지 항의 계수가 \(0\)인 경우이다. 역학계에서는 질량이 \(0\)일 수는 없으니, 운동방정식에서 '진동수'인 \(w_{0}\)가 \(0\)이라고 생각해보자.
공기저항 운동은 \(w_{0}=0\)인 상황이다. 회로계에서는 유도기가 존재하지 않거나, 축전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유도기가 존재하지 않으면 직류회로에서 흐르는 전기가 축전기에 계속 쌓이기만 하는 형태이고(충전 or 방전), 축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원래 전하가 흐르는 것을 유도기가 전자기 유도를 통해 방해하는 형태가 된다. 운동방정식의 꼴은 다음과 같다.  \[\ddot{x}+2\gamma\dot{x}=0\] \[\ddot{x}+2\gamma\dot{x}=g\] \[\ddot{q}+2\gamma\dot{q}=0\] \[R\dot{q}+\frac{q}{C}=0\] 위부터 저항력을 받는 수평면 위에서의 운동, 유체의 저항을 고려한 자유 낙하 운동, RL회로, RC회로이다.

이에 대한 수학적 해는 위치/전하량 함수가 \(x_{max}(1-e^{-2\gamma t})\)로 나타나며 속도/전류 함수가 \(v_{max}e^{-2\gamma t}\)의 꼴로 나타난다. 키포인트는 '수렴'이다. 일정한 값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보자.

저항운동에서의 위치/전하량 \(x(t)/q(t)\)그래프. (어딘가로 수렴하며, 지수함수 형태이다)
저항운동에서 속도/전류 \(v(t)/i(t)\) 그래프. (이 역시 '종단속도'에 수렴하며, 지수함수 형태이다)

이처럼 저항력이 존재하지만 진동하지 않는 운동에서의 그래프는 \(e^{-x}+\alpha\)형태로써 나타나고, 이는 감쇠에 의한 효과가 빠르게 지수함수 스케일로 줄어들고, 남은 \(\alpha\)가 함수이든 상수이든 '과도응답'이 모두 없어진 후 '정상상태 응답'만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주로 저항운동에서는 이 정상상태 응답이 상수함수(상수)로서, 일정한 종단속력이나 전하량, 위치 등에 수렴하여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감쇠진동까지 확장시켜 진동자까지 생각하게 된다면,
\(e^{-x}\cos x+A\cos (x+\phi)\)꼴로 나타나게 되어, 감쇠진동에 의한 과도응답이 빠르게 사라지고 정상상태 주파수 응답에 의한 진동이 나타나게 된다. 조금 후에 자세히 다뤄 보자.

2계 미분방정식:  단조화진동과 LC회로(SHM)

이 상황은 \(\gamma=0\)인 상황이다. '감쇠진동'이 아니라 '단진동'이기 때문에 저항력에 의해 일정한 값에 수렴하지 않고, 무한히 같은 진폭으로 진동하는 양상을 보인다. 위치, 속도, 가속도 모두 단순한 삼각함수(정현파)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용수철 계 단진동과 LC회로의 단진동은 에너지 측면에서도 매우 유사한데, [물리량의 대응]편을 참고하면, 운동에너지/유도기에너지와 탄성 퍼텐셜 에너지/축전기 저장 에너지의 합이 일정하게 보존되는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통해 식을 유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저항력, 즉 감쇠인자가 \(0\)이기 때문에 역학적 에너지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frac{1}{2}mv^{2}+\frac{1}{2}kx^{2}=\frac{1}{2}Li^{2}+\frac{1}{2C}q^{2}=E\]

2계 미분방정식을 통해서 푸는 것도 할 수 있지만, 단진동(SHM)은 역학적 에너지 보존이라는 매우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 system이므로 이 에너지 보존 식에서 운동방정식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를 먼저 해보면 \[\frac{1}{2}mv^{2}+\frac{1}{2}kx^{2}=\frac{1}{2}Li^{2}+\frac{1}{2C}q^{2}=E\] 양변을 \(t\)에 대해서 미분하면 \[mv\dot{v}+kx\dot{x}=v(ma+kx)=\frac{\text{d}E}{\text{d}t}=0\] 이때 운동하는 계에서 \(v\neq0\)이므로 \(ma+kx=0\), 이것은 용수철 탄성계의 운동방정식과 정확히 일치하며, 2계 미분방정식의 표준형으로 나타내면 \(\ddot{x}+w_{0} ^{2}x=0\)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각진동수는 \(w_{0}=\sqrt{\frac{k}{m}}\)이 된다.

단진동(SHM)의 그래프. 간단한 삼각함수이다.

2계 미분방정식: 감쇠진동과 RLC 직류회로

감쇠진동(미급감쇠)의 위치 그래프. 두 지수함수를 포락선(envelope)삼아 진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쇠진동은 먼저 그래프부터 본다. 그저 단진동에서 저항력만 생긴 것이기 때문에 저항력이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성질 중 하나인 수렴성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분방정식은 모든 항이 살아있는 형태로, 다음과 같다. \[m\ddot{x}+c\dot{x}+kx=0\] \[\ddot{x}+2\gamma\dot{x}+w_{0} ^{2} x=0\]

이 함수는 굉장히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수학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함수가
\(f(x)=\sin x \times g(x)\)로 나타나면 \(g(x)\)와 \(-g(x)\)를 포락선으로 삼아서
\(\sin x\)의 영향을 받아 그 사이를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형태를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삼각함수가 있었는데, (감쇠진동의 경우에는) 지수함수가 곱해져서 그 사이를 진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단진동은 단순한 삼각함수인데, 감쇠인자가 \(0\)이 아닌 경우 저항력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수렴'하는 성질이 생기기 때문에 지수함수가 생기는 것이다. 감쇠진동에 있어서 주기는 일정하다. 그러나 그 주기가 감쇠인자가 \(0\)일 때의 \(w_{0}\), 즉 '고유 각진동수'와는 전혀 다른 값이다.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각진동수의 값은 더 작아졌고(damped), 이에 따라서 감쇠된 주기의 값은 더 커졌다. 이를 정성적으로 이해하면, 감쇠력으로 인하여 속도가 줄어들고, 극점까지 도달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위상이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이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면, \(w_{0}^{2}-\gamma ^{2}=w_{d} ^{2}\)이므로 감쇠 각진동수가 당연히 고유 각진동수보다 작은 값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x-v\)위상공간에 나타낸다면 반지름이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같은 위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은 더 오래 걸리는 와선(spiral)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분방정식의 형태에 따라서 운동방정식의 해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고, 감쇠력이 존재하는지, 복원력이 존재하는지에 따라서 진동 여부와 수렴 여부를 결정하고 이것이 역학계-회로계로 대응되어 똑같은 형태로 물리량과 운동 형태가 완벽히 대응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학과 전자기학을 동시에 공부하면 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른 물리적 감수성 역시 풍부해질 것이다!

문동재

하나고등학교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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