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1] 그래핀(Graphene)

화학 2020년 04월 25일

21세기 과학계의 핵심 연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신소재(新素材)'이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성질의 소재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은 본인들의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신소재는 얇고 가볍우면서도 강하고, 단단해야 하고, 내열성도 좋아야 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현재 사용중이거나 개발중인 다양한 종류의 신소재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순서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소재 중 하나이다. 뉴스에서 '꿈의 신소재'라는 멋있는 이름을 붙여주어서 누구나 그래핀이 미래사회에 널리 쓰이게 될 물질임을 알고 있다. 왜 그래핀이 무엇인지, 왜 그래핀이 '꿈의 신소재'인지 알아보자.

그래핀이 뭔데?

그래핀(graphene)은 탄소의 동소체 중 하나로, 흑연을 뜻하는 단어 graphite에 탄소 이중결합을 의미하는 접미사 '-ene'이 합쳐져 탄생하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흑연과 연관이 있는 물질이지만, 흑연과는 정말 다른 성질을 지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물질이다.

구조적 성질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에 해당한다. 그 한 층은 \(sp^2\) 혼성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을 이루며 결합해있는 물질이고, 흑연은 이 층이 계속해서 쌓여있는 구조인 것이다. 여기서 \(2s, 2p_x, 2p_y\) 오비탈이 \(sp^2\) 혼성을 하고, 남은 \(2p_z\) 오비탈끼리는 파이결합을 한다. 이때 \(p_z\) 오비탈이 연속적으로 위치해있기 때문에 파이결합을 여러 방향으로 할 수 있어 공명구조를 이루게 되고, 파이결합은 비편재화된다. 결국 \(p_z\) 오비탈의 전자는 그래핀 전체에 퍼져있게 되어 그래핀은 전기가 잘 통한다.

그림 1 : 그래핀의 분자구조

또한 육각형 구조에서 탄소 간 간격은 약 142nm 정도로 매우 가깝고 공유결합으로 강하게 이어져있어 그래핀은 강철보다도 수백배 이상 단단하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단단한 물질로 130GPa의 인장강도와 0.5TPa의 탄성계수를 갖는다. 단단하면서 신축성도 좋아 수직, 수평으로 가해지는 힘이나 늘리고 구부리는 힘에도 고유의 성질을 잃지 않고 버틴다는 것이다. 산업용 A36 강재의 인장강도가 약 400MPa, 방탄조끼를 만드는 섬유인 아라미드의 인장강도가 약 375MPa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1 제곱미터당 무게가  0.77mg밖에 되지 않아 모두가 원하던 '가벼우면서 강하고 유연한' 물질인 것이다.

전기적 성질

그래핀은 '반금속'으로 분류된다. 반금속이라는 명칭은 띠 구조의 특이성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그래핀은 에너지 띠가 '디랙점'이라는 부분에서 교차한다. 탄소 간 결합에서, \(2p_z\) 오비탈끼리의 파이 결합 밴드에 전자가 채워지고 파이 반결합 밴드는 비어 있게 되는데, 이 두 밴드가 '페르미 준위' 근처 '디랙점'에서 교차하게 된다. 이러한 독특한 띠구조는 그래핀 내 전자가 일반 고체와 다른 특성을 갖도록 한다. 일반 금속과 달리, 그래핀은 쉽게 전자와 양공 사이에서 변하여 전도 특성을 바뀔 수 있다. 또한 전자와 정공은 유효질량이 0인 것처럼 행동하여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여,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림 2 : 2차원 단층 그래핀의 띠 구조. 위, 아래 두 띠(밴드)가 한 점에서 만나는 것을 볼 수 있고, 오른쪽에 확대되어 나타나있는 그림과 같은 구조를 디랙 원뿔이라 부른다.

열적 성질

그래핀의 가치를 높여주는 또하나의 강력한 특징은 열 전도도의 특이성이다. 사실 그래핀의 열 전도도는 논란이 많은 분야이다. 그래핀의 생산 조건과 순도에 따라 열 전도도의 실험값이 다양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생산 조건이라 함은 그래핀을 구성하는 탄소가 \(^{12}\)C인지 \(^{13}\)C인지의 여부 등을 의미하고, 순도는 불순물 첨가 여부를 의미한다. 불순물로 비정질 산화물이 더해질 때 열 전도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럼에도 그래핀은 일반적으로 높은 열 전도도를 갖는다고 평가를 받고, 주로 1000~5000 \(W/m \cdot k\)의 값을 갖는다.

그래핀의 응용 분야

강도, 무게, 열 전도도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그래핀이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곳은 디스플레이 분야이다. 특히 최근에 다양하게 등장한 휘어지는 'flexible display' 화면에 그래핀이 이용된다. 빛을 잘 통과시키며 강도와 신축성이 모두 좋은 그래핀의 특성이 잘 이용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 : Flexible Display 화면의 예

또한 반도체, 전기 분야에서의 활용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 때문에 그래핀은 실리콘을 대신하여 반도체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인 재료로 반도체를 만들면 전자가 옆으로 흐르는 현상이 보고되지만 그래핀은 그렇지 않아 반도체를 만들기에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그래핀 내부의 전자나 정공의 이동속도가 매우 빠르기에, 고속 트랜지스터 등의 재료로도 이용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그래핀의 띠 구조의 특이성으로 인해 반도체 등 전기 소자로의 이용에 제약이 있어, 교차하는 띠틈을 열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수한 성질을 잃지 않고 그래핀의 띠틈을 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전기 분야로의 진출은 다른 분야보다는 조금 느린 편이다.

이외에도 2차전지 전극, 방열판, 발광소재 등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결론

그래핀은 전부터 계속 미래를 이끌어갈 소재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실제로도 이미 많은 상용화가 된 상태이고, 많은 기술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 사람들이 기대했던 '꿈의 신소재'의 모습을 아직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기전자 분야에서의 활용이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점점 다양한 분야에서 그래핀을 합성하여 사용하는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기에, 아직까지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궁무진한 응용가능성을 가진 그래핀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이용될지 기대된다.

참고 문헌

[1] Radadiya, Tarun. (2015). A PROPERTIES OF GRAPHENE. European Journal of Material Sciences. 2. 6-18.
[2] Dirac cones in graphene. TUDelft. https://ocw.tudelft.nl/course-readings/dirac-cones-graphene/
Cover Image by AlexanderAlUS /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박재완

하나고등학교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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