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조종하는 기생충

생물학 2021년 06월 30일
그림 1. 알테미아. By © Hans Hillewaert, CC BY-SA 4.0, 

 시몽키라는 애완용 동물이 있다. 이 것의 실제 이름은 알테미아. 바다를 제외한 내해에 사는 무갑류 동물이다. 환경이 안 좋아지면 물벼룩처럼 내구란을 낳는 데 이 내구란은 건조한 상태의 휴면기를 잘 버틴다. 이를 소금과 같이 파는 것이 씨몽키이고 염도와 온도가 맞는 물에서 내구란이 부화하고 성충으로 자란다. 정상적인 알테미아는 사진과 같이 백색에서 노란색인데 촌충에 감염되면 촌충의 붉은색소로 빨간색을 띠고 평소와 달리 집단으로 모여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알테미아가 홍학에게 잡혀 먹히기 쉽게 한다. 이 촌충은 홍학 체내에서 번식하고 멀리 이동하기 때문에 중간 숙주인 알테미아가 홍학에게 잡혀 먹혀야 그 생활사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알테미아의 기생충인 촌충이 만들어 낸 붉은 색소는 홍학에 남아 홍학을 붉게 만든다. [1]

그림 2. 서울대공원의 홍학.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많은 기생충이 생활사에 조류를 포함한다. 기생충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숙주의 이동에 의존해야 한다. 곤충이나 포유류 숙주의 이동은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생충 입장에서는 번식 영역을 넓히기 어려우나 새를 숙주로 한다면 아주 넓은 지역에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기생충 입장에서는 중간 숙주를 새에게 잘 잡혀 먹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림 3. 리베이로이라흡충에 감염된 개구리.

 리베이로이라흡충은 새의 배설물에서 알로 존재하다가 부화하여 달팽이 몸안에서 증식하고 이후 개구리 올챙이 뒷부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개구리 다리가 생기는 시기에 비타민 A를 과다분비하게 만들어 개구리 다리가 정상보다 더 많이 생기게 한다. 이러한 기형 개구리는 정상 개구리에 비하여 새에게 잡혀 먹히기 쉽다. [2]

 이렇듯 기생충은 단지 숙주의 몸에서 장소만 빌려서 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숙주의 몸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생존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림 4. 곤충의 몸에서 빠져 나오는 연가시

 연가시는 곤충의 몸 속에 사는 기생충이고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은 연가시가 알을 낳아야 하는 시점에 물로 뛰어 든다. 평소에 물가에 가지 않는 곤충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본인의 생활사를 이어할 수 있도록 조종하는 것이다. [3]

 사람을 조종하는 기생충도 있을까?

그림 5. 메디나 충을 막대기에 감아 뽑아내고 있다 

 메디나 충은 길이가 1미터가 넘기도 하는 기생충으로 물벼룩을 통하여 인체로 들어와 지내다가 번식 시기가 되면 사람의 다리 쪽으로 내려간다. 사람이 다리를 물에 담그면 그 때 몸 일부를 내 놓고 물에 알을 낳는다. 평소에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던 메디나 충은 다리에 다다르면 심한 염증 반응을 만들어 감염된 사람이 불타는 느낌의 고통을 느끼게 만들고 결국 발을 물에 담그도록 유도한다. 이 또한 숙주 조종이다.[2]

 포유류의 신경계를 조종하는 단세포 생물도 있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고양이의 오줌 냄새에 강하게 끌린다. 톡소플라즈마는 고양이 체내에서만 번식할 수 있어서 감염된 쥐가 고양이에게 빨리 잡아 먹히도록 쥐의 신경계를 조종하는 것이다. 단세포 생물이 이렇게 높은 차원의 숙주조종을 해 내다니 놀랍다. 톡소플라즈마는 쥐에게 감염되면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여 쥐의 행동을 조종한다고 알려져 있다. 톡소포자충의 유전자에 도파민을 합성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소와 관련된 부분이 발견되었다. [4]

그림 6.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조직에 만든 낭.

 사람도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될 수 있다. 정상인에서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인체 내 에서는 대부분 우리의 면역체계에 의하여 이 기생충이 정지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4] 면역체계가 생기기 전인 임신초기에 태아에게 감염되면 유산이나 기형 등의 위험이 높다. [5]

  이 톡소플라즈마는 우리 주위에 상당히 널리 펴져 있는데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47.2 % 가 감염되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30%가 감염되어 있다고 하고 프랑스인은 70%가 감염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25%가 감염되어 있다.[6] 면역체계가 정상인 사람에게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이 톡소플라즈마가 사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톡소플라즈마 감염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생겨 교통사고의 빈도가 더 높고 자살율이 높다고 한다.  [4]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감염되면 창업에 적극적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대학생 1천500명에서 타액검사에서 톡소플라스마 감염 판정을 받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비즈니스계통의 전공을 선택하는 비율이 1.4배 높았고 전공 중에서도 회계나 재무보다는 경영이나 창업관련 공부를 하는 비율이 1.7배였다고 한다. [7] 사회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감염자의 창업경험 비율이 비감염자의 1.8배였으며  42개국의 조사통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감염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창업에 적극적인 경향이 있다.[7] 톡소 플라즈마는 여러가지로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톡소플라즈마를 뇌질환의 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에게 톡소플라즈마를 감염시켰더니 감염되지 않은 쥐보다 알츠하이머 발병율이 낮아 졌다는 것이다. 톡소플라즈마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신경계의 활성을 높이고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이니 뇌의 활성도가 낮아지는 질병에서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8]

 마음을 조종하는 기생충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우리의 마음이 이미 조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톡소플라즈마로부터 자유로울까?


[1]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9575694

[2] EBS  다큐프라임, 기생, 1부 보이지 않는 손

[3]https://www.ted.com/talks/ed_yong_zombie_roaches_and_other_parasite_tales#t-164190

[4]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1412

[5] https://www.chamc.co.kr/health/e_clinic/content.asp?cc_id=11702&co_id=1585&ct_id=117

[6] https://blog.naver.com/msnayana/80137847994

[7] https://www.yna.co.kr/view/AKR20180725150100009

[8] https://news.joins.com/article/7693929

그림 1.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9575694

그림 2. https://www.hani.co.kr/arti/PRINT/835978.html

그림 3. https://yslife.tistory.com/831, EBS  다큐프라임 기생 1부 보이지 않는 손

그림 4. https://www.ted.com/talks/ed_yong_zombie_roaches_and_other_parasite_tales#t-164190

그림 5. Public Health Image Library/1968 https://ko.wikipedia.org/wiki/%EB%A9%94%EB%94%94%EB%82%98%EC%B6%A9%EC%A6%9D

그림 6.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1412 USDA 제공

이린

하나고등학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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