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1차 지명 철회, 야구계 학폭 근절의 씨앗으로
"NC 다이노스는 김유성 선수의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철회합니다."
지난 8월 27일, 한국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군 논란에 마침표가 찍혔다. NC 다이노스가 구단 홈페이지에 '김해고 3학년 투수 김유성의 1차 지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 김유성은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김해고의 첫 전국 대회 우승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최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거물급 신인을 기대하던 NC로써는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C는 지명 철회를 택했다. 사상 초유의 1차 지명 철회. 그 배경에는 '학교폭력'이 있었다.

두 번의 학폭 논란, 서로 다른 대처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역시 같은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은 휘문고 출신 투수 안우진이 고교 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넥센은 안우진을 품고 가는 쪽을 택했다. 넥센 측에서는 2018 시즌 페넌트레이스 5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려 징계 기간 동안 시범경기 및 퓨처스리그에서 뛰지 못하도록 했으나, 사안에 비해 징계가 가볍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후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등학교 재학 시절 안우진이 행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데 실패하면서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예전부터 야구계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계에서는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폭력이 만연해 왔다. 빙상계도, 육상계도 이와 같은 질 나쁜 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초기에 ‘안우진 논란’이 일었을 때 넥센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수를 내치지 않았던 것은 ‘스포츠계에서 어느 정도의 폭력은 필연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야구계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초반의 안일한 대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결과적으로 NC는 최고 기대 유망주였던 김유성을 포기했다. 학교폭력 및 다양한 범죄행위에 대한 팬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에 발맞추어 KBO 역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NHL에서도 김유성 닮은 꼴, 학폭 등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 키워야
학교폭력 가해자로서 인성 문제가 불거진 선수는 비단 KBO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월 30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애리조나 코요테스는 흑인 장애인 학우에게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한 가해자로 지목된 미첼 밀러의 지명을 철회했다. 세계 각지의 스포츠계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장난이었다는 이유로 쉽게 용서받고는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심리적 고통은 물론 신체적인 후유증까지 남길 수 있는 무거운 범죄이다. 지금껏 그래왔으니까, 야구를 잘하니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니까 등의 이유로 선처를 베푸는 것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사상 초유의 1차 지명 철회 사태. NC 다이노스는 2017년 넥센 히어로즈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았고, 이는 KBO 역사에 새로운 선례로 남게 되었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적 성숙까지 두루 갖춘 선수들이 뜨거운 열정을 펼쳐갈 KBO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