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큼 아파... 통증 biomarker에 대해
A: “아프다.”
B: “얼만큼?”
A: “..........”
여기서 “심장을 도려내듯”이라고 문학적으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이과생이라면 통증의 정도나 양상을 수치화하거나 객관화 할 방법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어제의 통증과 비교해서 오늘 어느 정도 아픈지, 같은 부위를 다친 옆 반 친구와 비교해 얼마나 더 아픈지, 진통제를 먹은 후에는 또 얼마큼 덜 아픈지 등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척도로 통증을 측정하거나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멘톨을 다양한 제형의 제품으로 만들어 피부에 도포했을 때 통증 완화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해보았다. 연구 설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이 통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통증 정도 측정에 통각계(algometer)를 이용하였는데, 통각계는 피부에 점점 센 압력을 주면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통증 역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통각계를 이용하면 피부에 주어지는 압력에 대한 통증 역치를 수치화할 수 있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여러 부위나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측정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통증을 객관적인 수치로 완벽하게 측정하거나 표현하는 것은 아직은 부족함이 많다. 그러나 위안이 되는 점은, 이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라는 점이다. 통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측정값, 또는 지표를 찾을 수 있을까? 통증과 관련된 biomarker를 찾는 연구들을 살펴보기 전에 biomarker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생화학백과에 의하면 biomarker(생체표지자)란 ‘생물학적으로 정상인 과정과 병리적인 과정을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다. 예를 들면, 혈압, 시력, 분당 맥박수와 같은 측정값도 있고, 혈액이나 체액, 아니면 조직 등에서 검출한 유전자 검사, 염색체 검사, 생화학적 검사 등이 있다.
그러면 통증과 관련된 biomarker를 애써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정확하고, 민감도와 특이도가 훌륭한 pain biomarker가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통증에 대한 의사소통이 불명확한 신생아나 정신 지체자, 의식 불명의 환자에게서 통증을 관리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나아가 통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시점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고, 과잉 치료가 되는 것도 예방할 수가 있다. 보험 문제나 법정에서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도 있다. 또한 신약 개발과 임상 실험에서 객관적인 근거가 되기도 한다.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통증은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신경 전달 체계가 척수와 뇌를 거쳐 인식이 되는데, 뇌에서는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 외에도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가 관여한다. 그래서 실제 통증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통증을 느끼기도 하므로 통증과 관련된 biomarker를 찾는 일이 간단하지가 않다. 이처럼, 통증이 전달되는 각 과정에 대해 여러 측정치를 통해 biomarker 후보를 가려볼 수 있는데, 피부 조직검사, 유전자검사, nerve growth factor 등의 표식자 검사, MRI 등의 뇌신경 영상검사, 뇌파 검사 등이 있다. [1]

지금까지 통증 측정은 VAS(visual analog scale) 등의 방식으로 통증을 느끼는 본인이 통증의 척도를 수치로 표현하거나, 관찰자가 통증을 느끼는 사람의 표정, 표현, 행동 패턴 등을 관찰하여 기록했지만, pain biomarker를 이용하면 객관적인 기록과 비교가 가능하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수많은 pain biomarker 후보들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후보로는 functional MRI 등의 뇌 영상 검사, 그리고 이와 같은 디지털 데이터를 축적하여 빅데이터를 분석한 머신 러닝, 내지는 인공지능 분석 등이 있다. 이 표에 나와 있진 않지만, 통증을 동반한 만성 염증성 질환에서 NGF(nerve growth factor) 등의 표식자를 측정하는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이와는 별개로, 정량적 감각 검사, 유전자검사, 뇌 생화학 검사, 수면 분석 등의 항목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2][3]
Pain biomarker와 관련된 관심이 많아지면서 2018년 11월에는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가 ‘Discovery and Validation of Biomarkers to Develop Non-Addictive Therapeutics for Pain’라는 제목으로 이틀간의 워크샵을 열었다.[4] 관심 있는 분은 참고문헌의 링크를 통해 워크샵 비디오캐스트 시청이 가능하다. 장시간에 걸친 논의가 있었는데, 현재로써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측정치는 있을 수 없으며, 다양한 biomarker를 하나로 묶어 활용하는 것이 통증을 유발하는 분자 및 세포 수준의 과정을 이해하고, 누가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낄지, 특정 약물에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예측하고, 통증 조절을 위한 치료에 대한 효과를 추적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위에서 언급된 주요 pain marker들에 대한 연구 성과와 최신 지견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1] Tracey I, Composite Pain Biomarker Signatures for Objective Assessment and Effective Treatment. Neuron. 2019 Mar 6;101(5):783-800.
[2] Davis KD. Discovery and validation of biomarkers to aid the development of safe and effective pain therapeutic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Nat Rev Neurol. 2020 Jul;16(7):381-400
[3] Javeria A. Shape shifting pain: chronification of back pain shifts brain representation from nociceptive to emotional circuits, Brain, Volume 136, Issue 9, September 2013, Pages 2751–2768
[4] 2018 NIH pain biomarker workshop :https://www.ninds.nih.gov/News-Events/Events-Proceedings/Events/NIH-Workshop-Discovery-and-Validation-Biomarkers
그림1,2,3 Tracey I, Composite Pain Biomarker Signatures for Objective Assessment and Effective Treatment. Neuron. 2019 Mar 6;101(5):783-800.
표1 Davis KD. Discovery and validation of biomarkers to aid the development of safe and effective pain therapeutic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Nat Rev Neurol. 2020 Jul;16(7):38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