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추억을 기억하는 감각 #2

생물학 2021년 06월 30일

레트로 감성

회상, 추억 등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약자인 레트로는 과거의 사상, 제도, 풍습 등을 본뜨려고 하는 것으로, 대중문화에서는 과거의 문화가 다시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복고라고도 부르는 레트로는 주로 20년 전의 문화가 대상이 되며, 10대와 20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30대에서 40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 레트로 문화에서 패션과 더불어 중심이 되는 것은 '음악'이다. [1]

그림 1. 2010년대 레트로 문화의 대표격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복고 음악

젊은 사람들은 과거의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느낌을 받지만, 30대를 비롯한 중장년층은 그 노래가 처음 유행했을 때의 기억을 회상한다. 그 음악과 관련된 사소한 추억들과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선 기사에서 언급하였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도 다양한 음악들을 활용해 기억 회상의 촉발을 형상화한다. [2] 후각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듣는 작용은 뇌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필자는 그 관계를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음악과 알츠하이머

음악과 기억의 관계는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한 논문에 따르면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 불렀던 익숙하고 긍정적인 노래를 중심으로 음악치료를 진행하였을 때, 노래 가사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회상시키는 강력한 촉매가 되어 언어와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한다. [3] 또한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일상 생활을 음악과 함께 병행하면 활동과 관련된 기억을 되살리고, 인지 능력 또한 향상될 수 있다 말한다. [4]

그림 2. 발레 음악을 듣고 춤 동작을 기억해내 화제가 되었던 알츠하이머 환자의 모습이다

분해되는 음악

음악이 감정을 일깨우고, 이러한 감정이 기억력을 불러온다. - 올리버 색스

특히 책 "뮤지코필리아"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오랫동안 신경과 의사로 일하며 음악의 역할을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서 뇌 과학을 음악에 적용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음악 지각이 세분화, 전문화되어 가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이는 실음악증으로 증명된다. 실음악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선율 감각 장애(amelodia)는 개별적인 음들을 의미 있는 배열로 인식하지 못한다. 화음 감각 장애(dysharmonia)는 개별적인 음을 하나의 화음으로 통합하지 못한다. 이는 우리 뇌에서 개별 음을 처리하는 과정, 선율로 통합하는 과정, 그리고 화음으로 통합하는 과정이 별도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

그림 3.

신경과학자 파슨스는 이와 같은 내용을 조금 더 세밀하게 연구하였다. 그는 PET 영상을 이용해 음악활동을 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실험하였다. 그 결과 리듬은 전두엽 위쪽, 멜로디는 아래쪽, 화성(화음)은 중간쯤이 활성화되었다. 또한 멜로디는 양쪽 대뇌반구를 활성화시키고 화성은 오른쪽 반구보다 왼쪽 반구를 더 크게 활성화시켰으며, 리듬은 두정엽과 특히 소뇌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여러 음악 요소와 음악적 표현은 뇌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하였다. [6]

그림 4.

감정을 일으키다

이처럼 음악은 뇌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인식된다. 그중에서 우리가 특별히 집중해야 할 부위는 감정 중추이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유쾌한 음악은 뇌의 쾌락 중추를 활성화시키고 편도체를 진정시키며, 불쾌한 음악은 그 반대이다; 편도체는 공포 중추의 역할을 한다. 음악의 정서적 효과를 입증한 실험이다. [7]

이처럼 쾌락 중추와 편도체의 활성화가 의미하는 것은 음악의 자극이 대뇌 변연계로 이동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다. 편도체는 감정 중추의 역할을 하며, 감정 충추와 여러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변연계도 그들 중 하나이다. 즉 음악 또한 후각처럼 감정과 기억 중추를 자극시켜 기억 회상의 촉매가 되는 것이다.

Remember me

음악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기억은 감정과 함께 저장된다. 그렇기에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음악으로 치유되고,  우리 또한 자주 듣던 음악을 들을 때면, 과거의 추억은 생생하게 우리 앞에 펼쳐진다. 앞으로는 추억을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조금 더 풍성하게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 5. 코코(영화)

참고문헌

[1] 노효경, "레트로 트렌드에 나타난 시니어 패션 스타일 연구 TV드라마를 중심으로", 한국인체미용예술학회지, vol.21, no.1, pp.253-254, 03, 2020.

[2] 김귀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사랑’에 나타난 음악적 팔랭프세스트" 불어불문학연구 no.118(2019) : 71-98.

[3] 최애나, 권환순. "노래를 중심으로 한 음악치료 회상 요법이 노인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가정과삶의질연구 27.4 (2009): 31-39.

[4] 중앙일보 “음악이 알츠하이머 치료에 좋은 이유, 감정을 깨우면 기억력 불러온다,” 중앙일보, 10-Mar-2016. [Online]. Available: https://news.joins.com/article/19703513. [Accessed: 14-Jul-2021].

[5] 장호연. "[서평] 뇌 과학과 음악의 만남." 서양음악학 12.1 (2009): 132-133.

[6] 정소현. "뇌, 음악적인 너무나 음악적인." 브레인 27. (2011): 20-27.

[7] 홍 은심, “[헬스동아]마음을 치유해주는 음악의 힘,” www.donga.com, 07-Nov-2017. [Online]. Available: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71107/87147432/1. [Accessed: 14-Jul-2021].

그림 1 : http://program.tving.com/tvn/reply1988

그림 2 : https://www.youtube.com/watch?v=OT8AdwV0Vkw

그림 3 : http://www.danielbaxter.com/blog/tag/psychology

그림 4 : Dr. David Jockers Website: https://drjockers.com/music-therapy/

그림 5 : https://www.imdb.com/title/tt2380307/

cover image : https://www.artsandmindlab.org/how-listening-to-music-may-ease-traumatic-stress/

서은성

하나고등학교 12기

Great!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Great! Next, complete checkout for full access.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Success! Your account is fully activated, you now have access to all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