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은 왜 매년 죽어나가는가[조류 인플루엔자]

생물학 2021년 06월 05일

매년 뉴스를 보면 많은 수의 닭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죽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수많은 닭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포크레인으로 눌러서 죽이는 영상이 화제가 된 것 처럼 유독 살처분이 많이 일어난 것 같기도 하다. 예방적 살처분만이 정답일까? 백신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종류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혹은 avian flu)는 주로 철새들에 의해 옮겨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종류로는 A형, B형, C형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A, B 형은 인체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시점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는 거의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정보를 찾고 약간은 안심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6월 2일에 중국에서 H10N3형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감염된 첫 사례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1]. 사람 간의 전파가 대규모로 이루어졌다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류로부터 사람에게의 전파는 가끔씩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2월에는 H5N8형 조류 인플루엔자가, 12월에는 H5N6형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가 나온 사례가 있으니 말이다. 조류 인플루엔자에게는 이처럼 H와 N의 조합으로 된 이름이 붙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그림 1. Avian flu virus, 줄여서 AIV

그림1을 보면 avian flu virus의 표면에는 neuraminidase와 hemagglutinin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hemagglutinin에는 16가지 종류가 있고(H1~H16), neuraminidase에는 9가지 종류가 있어서(N1~N9) 그 둘의 조합에 따라 특정 바이러스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이다. 또한 avian flu virus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낮은 병원성을 가진 LP(low pathogenicity)와 높은 병원성을 가진 HP(high pathogenicity)이다. 자연적으로 도래하는 HPAIV는 H5와 H7을 가지고(과거 H5, H7를 가진 종류로부터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 LPAIV는 H1~H15를 모두 가질 수 있다.

닭에게 감염 시 치료?

혹시 닭에게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했을 때 치료를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책에도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조류를 치료했다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닭과 같은 개체들은 이를 치료하는 것 보다 살처분 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나 돼지 같은 동물들이 주로 치료를 받고 닭은 치료를 많이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인간들이 동물의 생명을 돈을 기준으로 저울질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는 한다. 우리가 흔히 닭을 살처분하는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는 것에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농장동물을 대상으로는 치료요법보다는 백신을 이용한 예방요법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1. 비싸지 않아야 함
  2. 여러 조류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함
  3. 한 번의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해야 함
  4. 백신 접종을 한 무리들을 쉽게 식별 가능해야 함
  5.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응 가능해야 함

이러한 특성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만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백신들은 크게 5가지의 원리에 기반해서 만들어진다.

  1. 야생형, 또는 reverse genetic technique을 이용한 바이러스를 화학적으로 불활성화 처리를 한 뒤 발생 중인 계란에서 키우는 방식
  2. 유전자를 조작한 baculovirus를 이용하여 곤충 유전체 벡터에서 HA에 대한 항체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
  3. HA(hemagglutinin)를 대상으로 한 DNA 백신+adjuvant(보조제)
  4. 살아있는 바이러스 벡터에서 HA를 발현할 수 있게 해서 이를 이용하여 백신을 만드는 방식
  5. replication defective virus를 이용한 방식

특히나 5번째 방식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이는 복제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것이다. 원래 정상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단백질들도 합성을 하여 progeny virions를 만들어 자신의 개체수를 늘려야 하는데 replication defective virus에서는 자신의 유전자 본제본만 만들어내고 virion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는 백신이 작용하려는 세포에 불활성화된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증가하는 효과를 유발하고, MHC1과 MHC2가 빠른 시간에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2].

예방적 살처분과 백신

하지만 이처럼 백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 살처분을 선호한다(방역 당국에서).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가 터졌을 때의 지침으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농가에서 주변 3km의 농가들은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3km라는 것은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기준으로 과거에 설정된 값이다. 과연 이러한 기준이 트럭 등의 운송수단을 통해 하루만에 전국을 이동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유의미한 기준일까? 발생 농가 주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 생산 라인의 연관성을 따져서 동선을 추적하는 것 중 어느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보이는가[3].

과학적인 기준 확립이 힘들면 백신이라도 사용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백신을 사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 사용 방식이 질병이 창궐하기 전에 실시하는 '예방 백신'의 형태가 아닌, 3km 반경으로 살처분을 실시하고 살처분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이 될 때 10km 반경에서 '긴급 백신'의 형태로 투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3].

예방적 살처분이 더욱 깔끔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모순도 작용을 하는데 실제로는 백신을 사용했을 때 소모되는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고기에 잔존하여 우리에게도 유입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출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여 오히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용이 더욱 많이 드는 예방적 살처분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예방적 살처분이 더욱 편리하다고 생각되어도 시체들을 처리하는 과정,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장소에서 나타나는 피해를 생각해보면 더욱 효과적인 백신 정책 체제가 수립되어야 할 것 같다[3].

나아가야 할 방향

예방적 살처분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뉴스를 보니 5월 31일에 가금 질병관리등급제가 도입된다는기사가 올라왔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방역 능력을 평가받은 농가에 한해서는 예방적 살처분에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했다가 나중에 감염 개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약간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이와 같은 정책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농장주들의 방역 개선을 촉구하고 선택권을 부여하며 상황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사용보다는 예방적 살처분에 기초를 둔 만큼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백신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 정책에 활용되는 빈도가 낮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정비를 통해 백신과 살처분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효과적인 방역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S. Metwally, G. J. Viljoen, and E. A. Idrissi, Veterinary vaccines: principles and applications. Hoboken, NJ: Wiley-Blackwell, 2020.(내용, 그림 1)

[1]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6/02/2021060290007.html

[2]T. Dudek and D. M. Knipe, “Replication-defective viruses as vaccines and vaccine vectors,” Virology, vol. 344, no. 1, pp. 230–239, 2006.

[3]이기적인 방역 살처분, 백신 딜레마(김영수, 윤종웅)

[4]https://www.dailyvet.co.kr/news/prevention-hygiene/148167

김준표

하나고등학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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