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 철도의 전략적 가치와 이용
호모 에렉투스의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선 유럽, 아시아로의 이동, 페르시아 제국의 정교한 통치 체제를 통한 세력 확장, 몽골 대원정과 몽골 제국의 수립은 모두 ‘육상 이동’을 통해 인류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들이다.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육지에서의 권력 확대와 절대적 영향력 행사는 국제 사회에서의 패권 획득으로 직결되었다.
육상 이동력의 발달은 지리적으로 분리된 지역을 모두 직접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교통과 통신망을 구축하여 각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가진 세력의 중앙 집권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전까지 도보나 기마병을 통해 이루어졌던 육상 권력 확대 속도와 강도는 산업 발전으로 철도가 형성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교하게 구성된 철도망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강조한 군사력 집중을 극단화하는 핵심적 수단이 되었다. 군대는 철도를 통해 군사력을 원하는 방어, 공격 지점에 신속하게 집중시킬 수 있었으며, 효율적인 징병, 훈련, 동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강대국들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프러시아의 육군 원수 몰트케(Helmuth von Moltke the Elder)는 “철도의 발전은 모두 군사적 우위를 위미한다. 철로는 새로운 요새를 만드는 일보다 훨씬 이득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몰트케는 철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기반을 둔 군사 개혁을 추진했다. 우리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한반도가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세력과 태평양을 건넌 미국이나 영국, 일본과 같은 해양 세력의 갈등의 중심지가 된 것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부설이 그 단초가 되었다. 원래 한반도 북부 러시아 영토는 ‘불모의 땅’으로 불리며 인간이 거주하거나 활동할 수 없는 공간으로써 러시아 등 막강한 육상 세력이 해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범퍼 존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부설되며 러시아는 한반도를 통한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꾀했고, 이를 견제한 영국과 미국, 일본이 한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각축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정리하면 철도는 병력의 집결과 군수 물자의 공급 속도를 올리는 군사 안보적 기능, 대륙 세력의 해양 진출을 가능케 하는 지정학적 기능을 갖는다. 이처럼 국제정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철도의 부설을, 한반도 통일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견도 있다. 동해선, 경의선 등 남북협력사업을 통해 남북을 잇는 철도를 부설하자는 것이다. 또한 통일 한반도의 취지에 맞게 자기부상열차를 설치하는 것 또한 정부의 고려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철도 사업의 추진이 멈추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가 매우 중요한 군사적 수단이자 국제정치적 도구이기 떄문이다. 동해선을 설치할 경우 북한으로 연결되는 철도를 통해 미국의 전투기 유입이 가능해지며, 경의선을 설치할 경우에는 중국이 한반도로 진출하거나 한국과 미국이 북한, 중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생기고 남한과 북한 모두 이를 견제한다. 더 나아가 자기부상열차에 대해 고려해보자.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철도는 국가가 존재하는 한 현대 사회에서 갖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군사적 운송 수단이다. 하지만 자기부상 열차는 그 군사적 활용에 한계가 있다. 자기부상열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열차를 선로로부터 띄우는 힘과 열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시키는 두 가지의 힘이 필요하다. 열차를 선로에서 띄우는 방법은 크게 자석 양극의 반발력을 이용하는 반발식과 자석과 자성체간의 인력을 이용하는 흡인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반발식은 저속에서는 코일에 유도된 자속이 차체를 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못해 약 100km/h 이하의 속도에서는 바퀴를 사용해야 하므로 저속에서도 부상이 가능하한 흡인식 자기부상 열차가 선호된다. 흡인식 자기부상열차는 U 자 형태의 부상용 레일에 대하여 전자석의 흡인력을 이용하여 차량을 부상시켜 비접촉으로 차량이 주행한다. 부상용전자석은 주행중 어떠한 경우라도 레일과 일정 공극을 유지하기 위한 흡인력이 발생되어야 한다. 따라서 부상용전자석의 설계최대 목표는 전자석 단위 무게에 대하여 최대의 부상력 및 최저의 소비전력으로 최대의 부상력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흡인식 자기부상열차는 차량의 공차중량 20, 000kg, 승객 중량 6,500kg, 정격공극 8mm, 전자석 수량 32개로 하여 계산되므로 정지상태에서 자석당 요구 부상력은 26,500 kg Х 9.8 m/s2 / 32 로서 전자석당 8,124 N의 부상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부상열차가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순간, 수 톤에 해당하는 탱크 및 각종 무기를 운송함으로써 예상 승객 중량과 자기부상열차가 감당할 수 있는 부상력을 초과하게 될 것이다. 현재 자기부상열차를 설치할 수 있는 기술력에 충분히 보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유가 바로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 될 경우 사용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이다.
지역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평화의 상징 철도는 두 얼굴의 운송 수단이다. 철도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을 도입시켜야 안전하고, 또 동시에 전략적인 교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