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수의학, 원헬스

생물학 2021년 07월 06일

흔히 동물들을 진료하는 사람들을 수의사, 사람을 진료하는 사람을 의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의학은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점에서, 수의학은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에 속한다는 것은 수의학과 의학에 그렇게 큰 구분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번 글을 통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개념인 Zoobiquity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 동물, 자연의 건강을 통틀어서 말하는 '원헬스' 개념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게 되면 좋을 것 같다.

Zoobiquity

'의사가 수의사가 만나면(영문 제목 'Zoobiquity')'에서 볼 수 있듯이 책의 첫 부분은 UCLA의 의사인 바버라가 동물원에서 황제타마린 원숭이의 심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황제타마린을 진정시키기 위해 원숭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교감을 시도한다. 하지만 재빨리 주변의 수의사가 황제타마린이 포획근병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눈을 쳐다보면 안된다고 말린다. 포획근병증은 어떤 동물을 포획할때 받는 스트레스 등에 의해 아드레날린을 과도하게 분출하여 근육에서 독성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포획근병증 때문이 아닌, 심장의 과도한 손상으로 황제타마린은 죽는다. 하지만 바버라는 죽은 원숭이의 심장 조직을 검사하면서 인간에서 심장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병변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이 포획 근병증이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다코쓰보 심근증과 본질적으로 같은 병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다른 사례들

책의 앞부분만 간단히 소개했지만 나머지 부분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 수의학과 의학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의학의 과제마저도 수의학이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책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여러 예시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정형외과학과 관련된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 예시가 슬개건병증(patella tendinopathy)이다. 슬개건병증은 점프를 많이 하는 운동선수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슬개골(patella)과 경골을 잇는 힘줄인 슬개건(patella tendon)에 문제가 생겨서 슬개골 부근의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것은 사람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개에서도 이와 비슷한 질환이 발생한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질환에 대해 알아야 한다. CCLR(전십자인대파열, cranial cruciate ligament rupture)은 사람이나 개의 무릎 부위의 십자인대가 파열되어서 하퇴부가 대퇴부 앞으로 밀리게 되면서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림1. CCLR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두 종류의 수술이 있는데 TPLO(tibial plateau levelling osteotomy)와 TTA(tibial tuberosity advancement)이다. 이 둘은 본질적으로는 경골 고원의 기울기(경골 면의 기울기)를 편평하게 만들어서 뼈가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다. 사람의 경우 경골 고원의 기울기가 완만하여 십자인대가 파열되었을 경우 재활치료나 약물 치료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개는 아래의 사진과 같이 경골 고원의 기울기가 급격하여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림 2. 사람(왼쪽)과 개(오른쪽)의 경골 고원 기울기 차이

TPLO와 TTA는 아래 경골을 깎아내고 별도의 장치를 설치하여 경골 고원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들어놓는다. 세부적인 시스템은 약간씩 다르지만 뼈가 밀리지 않게 하려는 목적은 같다.

그림3. TPLO system
그림4. TTA system

지금부터가 핵심인데  CCLR 수술 이후 patella tendinopathy가 개에서 보고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두 수술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TPLO는 patella teninopathy와 관련성이 크다고 밝혀진 반면 TTA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알려졌다. 이 현상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cadever를 이용하여 무릎 부위의 움직임에 따라 뼈와 힘줄에 걸리는 하중을 조사했다. 이때 TPLO 시술을 했을 때 회전팔의 길이가 짧아지고, TTA 시술을 했을 때에는 오히려 회전팔의 길이가 길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즉 TPLO 시술에서는 같은 힘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힘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patella tendon에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지고, TTA 시술에서는 같은 힘을 내기 위해 필요한 힘의 크기가 작기 떄문에 patella tendon에 힘이 많이 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TPLO는 CCLR을 유발하고 TTA는 CCLR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후속 연구에서 인간을 대상으로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밝혀졌다. 즉 회전팔의 길이와 회전 각도에 따라 patella tendon에 가해지는 힘의 양상은 개나 사람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Zoobiquity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한 양의 내용보다는 배경지식을 더 담기 위해 조금은 내용이 많았던 감이 있지만 현대의 사례들은 동물에서의 연구 내용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음이 밝혀지는 경우, 그리고 반대로 인간에서의 연구 내용이 동물에게 적용될 수 있음이 밝혀지는 경우들이 많음을 시사하고 있다. 위의 내용 말고도 인간과 동물이 정말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동물병원에서 동물의 치료에 인간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실제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2021년 4월 쯤에 대한 수의사회와 대한 약사회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물과 사람의 물질 대사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을 수의사가 동물에게 사용했을 때 안전성의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헬스

이렇게 Zoobiquity를 포함하여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 생태의 건강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원헬스(one health)의 관점이다. 생태가 건강해야 야생 동물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고 결론적으로 인간들도 야생 유래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원헬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학, 수의학, 그리고 보전의학(conservational medicine)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림 5. 원헬스

의학과 수의학은 먼 과거에는 하나의 학문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둘은 분리되었고 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이유로 동물과 사람에게 서로 연관성이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발견 시기가 다르고 치료법의 개발도 늦어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야생에서 유입된 바이러스나 환경 파괴에 의해 동물과 인간의 삶이 동시에 위협당하고 있어서 생태계의 건강도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각 요소들을 각각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 대하여 건강을 개선하려 한다면 의학, 수의학, 생태학 분야 모두가 극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다.

참고문헌

Dan, M. J., Crowley, J., Broe, D., Cross, M., Tan, C., & Walsh, W. R. (2019). Patella tendinopathy Zoobiquity — What can we learn from dogs? The Knee, 26(1), 115–123. https://doi.org/10.1016/j.knee.2018.11.010

https://www.vipah.co.kr/webzine/board/treatment_introduce.php?idx=39&bgu=view

http://royalamc.com/spetreat/equipment01.html

https://www.dailyvet.co.kr/news/practice/wildanimal/142153

Natterson-Horowitz, B., & Bowers, K. (2013). Zoobiquity: what animals can teach us about health and the science of healing. A.A. Knopf.

https://www.cdc.gov/onehealth/basics/index.html

김준표

하나고등학교 10기

Great!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Great! Next, complete checkout for full access.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Success! Your account is fully activated, you now have access to all content.